중국 공산당 지도부인 중앙위원회가 헌법의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을 삭제하기로 한 것과 관련, 이는 중국의 당·국가 지도 체제를 한층 더 완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중국 내부에서 제기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시도라는 관측을 정면 비판하는 것이다.
중국 당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6일 사평에서 “권위 있는 해석에 따르면 이번 국가주석 연임 제한 조항 수정은 국가주석 종신제 부활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며 시 주석의 집권 장기화를 위한 개헌이 아님을 강조했다.
사평은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공산당 영도 아래 이미 당·국가지도자의 법에 따른 순차적 교체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며 "지난 20여년간 형성된 당 총서기, 국가주석,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라는 '삼위일체(三位一體)' 지도체제는 완벽하고 효과가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주석 2연임 제한 조항 삭제는 삼위일체 지도 체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당·국가 지도체제를 한층 더 완비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평은 이번 개헌이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입법성의 ‘신의 한 수’로, 중국의 핵심적 헌법 보장을 실현하기 위함이라며 개헌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 삭제가 그동안 명목상의 국가원수에 불과했던 국가주석에 실질적인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에서 국가주석은 대외적인 국가 최고지도자다. 국가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으며 계엄령·선전포고· 동원령 등을 공포할 수 있다. 국무원(행정부) 총리와 부총리, 국무위원 등에 대한 임면권도 가진다.
하지만 실질적인 중국 1인자는 당 총서기로, 실질적 행정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군 통수권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행사한다. 아무리 국가주석이라도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을 함께 겸해야만 실질적 권한을 가진다. 현재 시진핑도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을 모두 겸임하고 있다.
류자오자(劉兆佳) 전국홍콩마카오연구회 부회장은 홍콩 명보(明報)를 통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 삭제는 제도의 후퇴가 아니다"며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 임기 제한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애 제도의 합리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 '외교 굴기' 속에서 국가주석이 실질적인 권한을 가져야 비로소 중국 국가를 대표해 국제 업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주석직이 '이름뿐인' 직위에서 '실질적인' 직위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시 주석이 5년 후 3연임을 시도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과 인민의 지지가 없이는 그 누구도 장기집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중국 내에서도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가 과거 마오쩌둥(毛澤東) 개인 독재 시대로 후퇴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여론도 높다.
중국 시사평론가 천제런(陳杰人)은 "이는 앞서 덩샤오핑(鄧小平)이 지도자 종신제를 철폐하고 만든 임기제를 망가뜨리는 것으로, 민주정치 이념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콩 내 민주화 운동 시민단체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 허쥔런(何俊仁) 의원은 "시진핑이 개인 독재를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시 주석이 이미 앞서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그간의 관례를 깨고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후계자를 준비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며 "그가 개인 신격화, 개인독재의 과거 마오쩌둥 시대로 후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국가주석 임기제 철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고 명보는 보도했다. 일부 누리꾼은 한다위안(韓大元) 중국 인민대 법학원 원장의 과거 주장을 인용해 "임기제는 현대 민주정치의 근본 요구로, 정권의 평화적 교체를 위한 제도적 규범"이라고 주장했다.
한 원장은 "임기제는 오랜 기간 존재했던 지도자 종신 집권 문제를 효율적으로 막고, 개인으로의 권력 집중과 개인 숭배 현상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며 "국가권력 승계가 절차적으로 평화롭게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적 보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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