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국내 주요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으로 피해가 확산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각 기업들은 올해 신사업의 확대를 통한 활로 모색보다는 긴축 등을 통한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분위기다.
◆중견기업 CEO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어려움 가중” 한목소리
지난 22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정기총회가 열린 서울 상암동 전자회관. 쿠첸, 코맥스, 대덕전자 등 국내 중견 전자업체 대표들은 보호무역주의 확대 움직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기자와 만난 이대희 쿠첸 대표는 “(최근 대외악재 증가로) 모두들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몰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쿠첸의 경우 새해 신사업보다 긴축 유지 등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재 대덕전자 대표도 “(최근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며 “삼성전자 등이 세탁기 등에서 타격을 받었는데, 반도체까지 확대될 경우 우리의 물동량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안보와 통상 문제에서 세계적으로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는 것 같다”며 “미국발 한파로 인한 피해 등 KEA 차원에서 취합된 의견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대응책에 반영해주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변우석 코맥스 부사장은 “수출과 국내 현장 모두 어려워서 걱정이 많다”며 “마땅한 대처 방안도 없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이같은 하소연을 엄살로 치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국내 중견기업들은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평균 80억원이 넘는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의 ‘중견기업 2017 수출전망·환경 조사’에 따르면 당시 대중국 수출 중견기업들의 예상 피해액은 평균 87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액이 100억원 이상이라고 답한 기업도 3분의 1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 초반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협력사, 납품량 감소 불가피
삼성전자 등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중소 협력사들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세탁기 제재조치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국내 생산량 감소 및 부품 공급의 해외 시장 다변화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럴경우 국내 협력업체들의 납품 물량이 줄어들게 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철강, 세탁기, 반도체 등에 가하거나 가해진 압력들은 기업들 입장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는 어렵다”며 “정부는 정치와 통상을 분리해서 얘기하기 어려운 형편이 된 것을 이해하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때”라고 지적했다.
강승룡 중견련 회원본부장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의 노력에 더해,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중견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관련국과의 긴밀한 교섭을 바탕으로 신규 시장 개척과 안정적 통상 환경 조성에 힘써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철강사를 회원사로 하는 한국철강협회가 미국의 한국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 불합리한 통상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철강협회, 통상대응조직 확대 개편
철강협회는 최근 기존 통상협력실을 분리해 통상만을 전담케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또 팀장급 포함 3명이던 통상담당자를 현재 6명으로 늘렸다. 팀장 직급도 전무로 격상시켰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미국 등 각국의 통상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통상 분야를 키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권고안을 제시하는 등 무역보복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소 24~53%의 관세를 일률 또는 선별 부과하거나, 국가별 대미 철강수출을 2017년의 63%로 제한하는 것 중 택일할 예정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국내 철강업체의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함께 협회는 이달 중 세계철강협회(WSA)에 직원 한명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각국 협회와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현 위기를 적극 타개하겠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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