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만 베트남과 카자흐스탄에서 수주에 성공한 SK건설이 올 초에는 처음으로 구소련연합 국가(CIS)에 진출하며 해외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기존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택했던 설계·조달·시공(EPC, 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유지 관리까지 참여하는 개발형 사업(TSP, Total Solution Provider) 모델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 작년 개발형 사업 3건 수주...올해 카자흐스탄서 첫 개발형 사업 따내
SK건설은 지난해 2월 세계 최장 현수교인 터키 차나칼레 프로젝트에 이어 같은 해 3월 이란에서 총 사업비 약 4조원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사업권을 따냈다. 지난해 말에는 총 사업비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파키스탄 칸디아(Kandia)강 유역 수력 민자발전소 건설 사업권을 확보하며 작년에만 총 3건의 개발형 사업을 수주했다.
개발형 사업 모델을 통해 프로젝트의 운영권까지 확보한 SK건설은 향후 꾸준한 운영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란 내 5기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는 완공 후 벨기에 에너지 기업인 유니트(UNIT) 그룹과 30%의 지분으로 공동 운영에 참여한다. 파키스탄 수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도 30년 동안 운영한 뒤 정부에 이관하는 건설·운영·양도(BOT) 방식의 개발형 사업이다.
SK건설의 개발형 사업 수주는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 달 7일 카자흐스탄에서 중앙아시아 최대 민관협력 프로젝트인 알마티 순환도로 사업에 대한 실시협약을 체결하며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결성된 독립국가연합(CIS)에 처음으로 진출한 것이다.
◆ "올해 9조원 이상 수주 달성 목표“
SK건설은 올해 9조원 이상의 수주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같은 SK건설의 해외 시장 확장에 대한 의지는 지난해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글로벌비즈 부문의 부사장을 지낸 안재현 사장 승진에서도 읽을 수 있다. 카자흐스탄 프로젝트 수주 후 안 사장은 “SK건설의 강점인 도로·터널 및 지하공간 건설 기술력과 개발형 사업 역량을 살려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 올 초부터 SK건설은 해외 시장에서 연이어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올해 첫 해외공사로 총 공사비 약 6886억원 규모의 홍콩 야우마따이 지역 도로공사 수주를 따냈다.
지난 달 초에는 프랑스의 엔지니어링 기업인 테크닙사와 함께 ‘롱손 페트로케미칼’이 발주한 약 5조7800억원 규모의 롱손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 중 에틸렌 플랜트 공사를 따냈다. 베트남 남부 지역 ‘바리어붕따우’성의 롱손 섬에 들어서는 베트남 최초의 석유화학단지인 이 사업은 기본설계·상시설계·구매·시공·시운전까지 포함하는 일괄 턴키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SK건설 관계자는 “개발형 사업은 건설 후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은 인프라가 계속 개발되는 곳이기 때문에 플라스틱과 비닐의 기초 원료로 쓰이는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공장에 대한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올해 분양시장 최대어 '과천 위버필드'에 관심 집중
국내에선 이달 SK건설이 공급하는 '과천 위버필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3월에만 전국에서 총 7만5851가구의 분양이 예정된 가운데 과천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위버필드가 올 상반기 분양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과천시 원문동 2번지와 별양동 8번지 일대에 들어서는 위버필드는 SK건설과 롯데건설 컨소시엄으로 공급하는 총 2128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다. 지하 3층~지상 35층, 21개 동, 전용면적 35~111㎡로 조성되며, 514가구가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전용면적 별로는 △59㎡ 322가구 △84㎡ 126가구 △99㎡ 39가구 △110㎡ 19가구 △111㎡ 8가구 등으로 대부분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85㎡ 이하의 중소형으로 구성됐다.
SK건설은 이미 작년에 신길뉴타운 분양에 성공한 바 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5구역을 재개발한 '보라매 SK뷰'가 평균 27.86대 1이라는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을 마감한 것이다. 총 1546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전용면적 59~136㎡로 이뤄졌으며 743가구가 일반에 분양됐다. 지난해 신길 뉴타운에서 공급된 4개 단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앞서 SK건설은 과천 외에도 지난해 11월 서울에선 동작구 노량진 7구역 재개발 시공사에 선정돼 노량진뉴타운에 총 614가구 규모의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엔 첫 정비사업으로 대전시 중구 중촌동 1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을 수주하며 지방 수주전의 막을 올렸다.
◆ 작년 말 연이은 악재 발생 불구 조기행 부회장 연임
하지만 작년 말 실적 부진과 미군기지 입찰 비리와 관련해 임원이 구속 기소되면서 조기행 SK건설 부회장이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SK건설의 누적 영업이익은 약 139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3%(525억원) 가량 줄었다.
지난해 SK건설을 가장 크게 흔든 건 평택 주한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공사 수주 뒷돈 의혹이다. SK건설은 지난 2008년 미 육군이 발주한 232만㎡ 규모의 평택 미군기지 부지 조성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이에 작년 12월 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건설 본사는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고,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 전무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후 작년 성탄절에는 SK건설이 경기도 광교신도시에서 짓고 있는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근로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악재가 겹치기도 했다.
이러한 겹악재 속에서 조 부회장의 교체가 점쳐졌지만, 결국 지난해 말 조 부회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일각에선 조 부회장이 한 차례 더 기회를 얻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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