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의 근거 중 하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다. 국내 보험사가 IFRS17 도입을 지연할 경우 국내 상장 보험사에 투자된 외국계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논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기업 특유의 지배구조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이 투자를 꺼리는 탓에 주가가 저평가된다는 의미다. 주로 금융투자업계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금융투자업계는 반박하고 있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은 실존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상장 보험사에 한정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영향을 발견하기 어렵다.
국내 보험사들은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부터 IFRS를 받아들여 회계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만약 상장 보험사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영향이 있었다면 2012년 말부터 주가와 외국인 투자 규모 등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2012년 말 기준 상장 보험사 8곳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율을 살펴보면 전년 대비 10.16% 포인트 늘어난 현대해상을 제외하면 의미 있는 변화를 찾기 어렵다. 전년 대비 외국인 주식 보유 비율이 확대되는 보험사가 많았으나 이는 2008~2010년부터 시작된 흐름이라 회계기준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어렵다. 또 IFRS를 받아들였음에도 DB손보와 흥국화재, 롯데손보 등 적지 않은 보험사는 외국인 주식 보유 비율이 줄었다.
주가 측면에서도 IFRS 도입 이후 상승폭이 높지 않았다. 최근 10년 동안 현대해상, DB손보, 메리츠화재 등 손보사 3곳은 주가가 매우 크게 올랐다. 그러나 한화생명과 흥국화재, 롯데손보 등은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하면 보험업계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거나, 효과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개별 보험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IFRS17 도입을 다소 늦추더라도 상장 보험사의 주가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들이 IFRS17 도입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 역시 적용을 유예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일정을 조금 유예한다고 외국인이 한꺼번에 보험주를 매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IFRS17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조금 늦추는 것이기에 큰 틀에서의 영향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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