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2021년 예정된 IFRS17 도입을 늦추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입 연기를 위해서는 국제회계기준심의회(IASB)와 약속한 완전 적용(full adoption) 대신 부분 적용(partial adoption)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국가 신인도가 저하될 수 있는 등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등 국내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도 문제다. IFRS17 완전 적용 방침이 외감법 시행령에 언급된 탓에 이를 변경해야 부분 적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추가적인 입법 절차 진행도 간단치 않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완전 적용하기로 했다가 부분 적용하기로 수정할 경우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회계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또 국제기구와의 약속을 어기는 행위라서 국제적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보험 회계기준을 보면, 일반 회계기준과 감독 회계기준이 일원화돼 있다. IASB에서 각국의 회계 관행을 인정해줘 일반 회계기준이 이전까지 운영되던 감독 회계기준으로 재편성됐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일원화된 회계 규정에 따라 자산과 부채를 평가해 재무제표를 작성했으며, 금감원의 RBC제도도 이를 기초로 운영됐다.
그러나 IFRS17 도입 이후는 일반‧감독 회계기준이 이원화될 예정이다. 금감원 등이 일반 회계기준인 IFRS17 체계에서 산출되는 데이터를 감독 목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탓이다.
때문에 보험사는 2021년 새로운 보험부채 측정 방식(IFRS17)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한 이후 별도로 K-ICS 방식으로 자산과 부채를 새롭게 평가해 금융감독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이에 일반 회계기준이 변경되는 혼란기에 감독 회계기준까지 동시에 변경될 경우 보험사의 회계 업무 부담이 너무 높아진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도 공개적으로 K-ICS 적용을 늦춰달라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두 가지 회계기준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라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며 "K-ICS 적용을 조금 늦춰주는 것이 혼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회계기준이 일원화된 지금도 시간에 쫓기면서 회계 마감을 하는데 이원화될 경우 일이 너무 많아진다"며 "IFRS17 완전 적용이 불가피하다면 K-ICS만이라도 적용을 늦춰줘야 보험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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