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의 투구뿐 아니라 긴 헤어스타일이 유독 화제다. 야구팬들은 평소와 다른 그의 모습을 마냥 좋게 보진 않았다. "어울리지 않는다", "운동선수가 겉멋에 신경쓴다" 등의 비판적인 댓글도 달렸다.
그런데 머리를 기르게 된 사연이 알려지자 반응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가 재활하는 동안 머리를 기른 이유는 소아암 환아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시즌이 시작되면 머리를 잘라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SK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소아암 환우들을 돕기 위해 머리를 기른다는 사실을 알고, 김광현 선수도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연이 공개된 뒤 김광현 선수의 헤어스타일은 '아름다운 장발'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주식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훈훈한 소식을 접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셀트리온의 주주들이 '희망나눔 주주연대'를 결성하고, 난치병 어린이나 청소년 등을 돕기 위한 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재단 설립에 대해 논의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달 말 모금 활동에 본격 돌입했다. 주주들은 최초 재단 설립 자본금을 10억원으로 잡았다. 모금액이 10억원에 미달하면 재단 설립을 취소하고, 기부금을 각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조건이다.
개인당 기부금 최소액은 셀트리온 주식 3주 또는 현금 100만원 이상이다. 2월 말 기준 셀트리온 주가는 35만원을 넘는다. 3주를 팔면 거의 100만원 넘게 현금화할 수 있다.
주주들은 어린이병원 설립을 장기적인 목표로 잡았다. 주식이 3만주 이상 모이고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하면 300억원가량을 마련할 수 있고, 어린이병원 설립도 가능할 거란 계산이다.
단, 며칠 사이 많은 주주들이 모금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목표인 재단 설립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현재 '희망나눔 주주연대' 임시 홈페이지가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셀트리온 주주들에 대해 '극성스럽다'란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주가 부양을 위해 주주들이 잘 뭉치고, 한목소리를 내는 일이 잦아서다. 셀트리온을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시킨 당사자도 회사 경영진이 아닌 주주들이었다.
어찌 보면 자신이 지분을 가진 회사와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단체행동이다. 주가를 왜곡시키거나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리고 기부재단을 설립하려는 이번 단체행동은 당연히 좋게 평가받을 만하다.
"수백만원, 수천만원을 보유한 주주들이 주식 몇 주를 기부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하냐"는 냉소적인 의견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기부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지인에게 100만원을 선뜻 빌려주는 것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기부 활동 자체를 고깝게 볼 이유는 없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란 말이 있다.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밥을 보태면 한 사람이 먹을 만한 양식이 된다는 뜻이다. 이런 방식의 기부 활동이 주식시장에서, 그것도 기업이 아닌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반갑다.
물론 앞으로 셀트리온 주주들은 기부금을 올바르게 활용하도록 잘 관리하는 데 힘써야 한다. 그리고 '희망나눔 주주연대'를 계기로 십시일반 기부문화가 주식시장에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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