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vs 외부인사···‘차기 사장’ 고민 깊은 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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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입력 2018-03-0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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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직 경영진 비리 의혹···정성립 사장 연임 대세론 변수로

  • 현대·삼성 출신 외부인사 영입도 거론···이달초 윤곽 잡힐 듯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1월 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쇄빙 LNG 선박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서 정성립 현 사장이 연임에 도전한 가운데 회사 OB(전직 임직원)들 전원이 후보군에서 제외되어 ‘정 사장 대 비(非) 대우 출신 외부 인사’간 경쟁으로 전개되고 있다.

1일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5월 28일자로 임기가 만료되는 정 사장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이하 관리위원회)에 연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발족한 관리위원회는 경영성과에 따른 경영진 교체 및 신규 추천이 명기되어 있어 별도의 사장추천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고 직접 사장 후보를 선정할 수 있다.

관리위원회는 사장 후보 선임과 관련, 회사 출신 인사들은 후보 고려 대상에서 완전 배제하고, 현직 회사 임원들 가운데 평가를 하며,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비리 혐의 없는 OB들 기회 배제는 문제 지적
대우조선해양 내에서는 정 사장 이외에 현 직원들 가운데 이성근 조선소장 등 부사장들이, 전직 인사로는 박동혁·이철상 전 부사장 등을 차기 사장 후보로 점쳐왔다.

하지만, 정 사장이 연임 의사를 먼저 밝힘에 따라 후보군으로 분류됐던 현직 인사들은 나서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인데다가 전직 인사들은 관리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후보 신청 자체가 아예 무산됐다. 조선업계에서는 관리위원회가 전직 인사 전원을 후보군에서 뺀 것은 과거 비리사건과 관련한 의혹에서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비리 사건과 관련 없는, 특히 회사를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 인사들에게까지 책임을 물어 기회를 박탈한 것이 과연 올바른 선임절차인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관리위원회의 원칙은 이해하지만 이 때문에 능력있는 인사들이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 점은 아쉽다”면서 “관리위원회도 검토 대상 인재풀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적합한 인사를 제대로 뽑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삼성 출신 CEO급들 대상이지만 “아직은 쉬쉬”
외부 영입 인사도 현재까지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조선업계 내에서도 물망에 오르는 이들의 실체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관리위원회 내에서 보안에 신경 쓰고 있는데다가, 후보 참여 추천을 받은 인사도 자칫 미리 공개될 경우 여론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추측됐다.

관리위원회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출신 최고경영자(CEO)급에서 찾되, 같은 거제지역에 소재한 삼성중공업 출신 인사에 우선을 두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름에 오르내리고 있는 인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신이 적임자라며 관리위원회와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에 ‘셀프 지원서’를 제출하는 비조선업계 출신 기업인, 정치인 등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은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 등 외부에서 경영진을 영입한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조직 내에서 갈등이 발생한 사례가 많았다”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대우 계열사들은 다른 기업 출신들이 단기간 내에 장악하기 힘든 독특한 내부 결속 문화가 있다.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자칫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리위원회에 속한 한 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산은에 물어봐라. 관련해서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고, 산은도 “우리가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정 사장 연임 걸림돌···직원 비리 의혹
2006년 자리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인 2015년 복귀한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비리를 잡아내는 한편, 경영정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며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로 돌려세우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조선업체 구조조정은 긴급 외과수술과 비교할 만큼 긴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한 만큼, 집도하고 있는 외과 과장을 중도에 바꾸는 것은 환자에게도 위험한 일이라며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독 심사를 통한 선임은 그림이 맞지 않다는 게 관리위원회와 산은의 고민거리다. 정 사장이 연임을 하건, 새 인물이 맡게 되건 객관적인 절차와 공정한 평가를 거쳐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는 사장을 선임했다는 점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양대 후보 경쟁으로 가야 사장 선임 과정에 정부 또는 권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정 사장이 포함된 전·현직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비위 사건 의혹을 제기하는 각종 소문들도 돌면서 정 사장 연임 대세론의 큰 변수로 떠올랐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현직 임원이 자신의 지인을 회사에 취직시킨 것은 물론 이들이 임원과의 인연을 이용해 협력업체 사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들이 소개해 준 업자들과 일을 하라고 강요하는 등 월권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리위원회와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요로를 통해 수집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해 내부 조사 진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선임 절차에도 내용을 반영할 방침이다.

또한 관리위원회는 이달 말로 예정된 대우조선해양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차기 회장 선임 문제를 마무리하기로 하고, 주총 안건 상정을 위해 늦어도 이달 중순 전에 후보군을 압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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