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가 오는 10월 100주년 개교기념일을 맞아 '여의주'를 개봉한다는 소식이다. 학교 설립자인 故 임영신 전 총장의 유언에 따른 것이라고.
여의주라니? 자초지종은 이렇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중앙대 캠퍼스 안에는 '청룡탕'이 있다. 정식 명칭은 '청룡연못'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부르는 재학생들은 거의 없다. 여느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빠지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질병에 걸린다는 소문이 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
이 청룡탕 한 가운데 청룡상이 있다. 길이 15m, 무게 5600㎏에 달하는 동상이다. 커다란 구 위에 용 한 마리가 또아리를 튼 형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을 부릅뜬 채 한 손에 펜 세 자루를 쥐고 있다.
1968년 개교 5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이 청룡상은 제작비만 1000만 원이 들었다. 당시 쌀 한 가마니 가격이 5000원 수준이었으니, 지금의 물가로 환산하면 3억6000만 원에 해당하는 셈이다. 제작비 전액은 동문들의 모금을 통해 조성됐다.
용이 껴안고 있는 여의주의 정체는 사실 지구본이다. 아쉽게도 지구본 속에는 깜짝 놀랄만한 아이템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학교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지구본 내부에는 창립자인 임영신 박사의 유품 및 중앙대 역사와 관련된 자료가 밀봉돼 타임캡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1970년 3월 27일자 동아일보 또한 "지구본 속에는 1000년 후의 중대 학생들에게 보내는 임 총장의 메시지와 교수·동문·학생들의 편지, 중앙대 역사 기록 등이 들어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 대로 라면 청룡상의 타임캡슐은 2918년에 개봉되는 것이 맞다. 중앙대가 당초 계획과 달리 900년 일찍 열어보는 이유는 뭘까. 임영신 전 총장이 생전에 남긴 자서전 안에 답이 있었다.
"남이 듣기싫은 소리도 함부로 해 온 나지만 그래도 못 다 털어놓은 내 인생 기록은 1968년에 중앙대학교 본관 앞 청룡상 안에 묻어 두었다. '1000년 후에 꺼내보라'고 한 것이지만 '1000년이나 가겠냐'는 '나의 이력서' 담당자의 말을 받아들여, 이 자리를 빌어서 '100년 후'로 정정하니 내 일에 관해서 더 알고 싶은 살감이었으면 92년만 더 살아주기 바란다."
한편, 중앙대가 학교의 상징으로 청룡을 택한 데는 사연이 있다. 앞서의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임 전 총장이 중앙대의 전신인 중앙보육학원을 설립할 때 용이 하늘로 오르는 꿈을 꾼 것이 계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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