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이달 내놓을 해운업 육성 정책에 대해 업계가 집단 반발하고 있다. 국내의 특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1국가 1선사'라는 일부 양태를 성급히 따랐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해운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작 해운사 입장을 배제한 '카피캣(Copycat·모방자) 해수부'에 대한 자격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4일 A 해운사 관계자는 "해수부가 1국가 1선사로 가기 위해 현대상선을 밀어주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을 만큼 정책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며 "예를 들어 유럽은 1개 국가로만 구성돼 있는 게 아니지 않으냐. 중국·일본 등 일부 국가가 해운사를 인수, 통합한다고 해서 1국가 1선사로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수"라고 말했다.
각국이 1국가 1선사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나 취지 등은 감안하지 않고 정형화된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다.
앞서 해수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해운강국 실현'을 위해 올해를 해운업 경쟁력 강화의 원년으로 삼고, '뉴스타트 한국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마련 중에 있다.(본보 2월 28일자 '해운 재건 정책, 산으로 간다' 참고)
여기에는 안정적 화물 확보, 경쟁력 있는 선박 확충, 선사 경영안정 등을 통해 해운분야 매출액 50조원, 지배선대 1억DWT(재화중량톤수), 원양 컨테이너 100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달성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해운업계는 해수부가 시간에 쫓기듯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것은 귀를 닫은 채 특정업체(현대상선)의 얘기만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B 해운사 관계자는 "현재 나온 정책 방향은 기존 현대상선 채권단 등이 보고서를 통해 냈던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초대형선만 확보한다고 해서 해운산업 경쟁력이나 원가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결국은 그 많은 컨테이너를 어떻게 채우는지 또는 향후 얼라이언스에 가입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등 방안이 중요한 것"이라며 "여러 루트를 통해 해운사들이 목소리를 냈지만 반영이 안 됐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해수부가 해운업을 아우를 만한 전문성을 갖춘 것인지, '컨트롤 타워'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세계 7위의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 아직 국내 선사들이 내실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외형만 키우려하는 것은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C 해운사 관계자는 "현대상선보다 훨씬 큰 한진해운도 파산한 마당에 이 같은 정책들은 화주 등에게 불신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채권 회수가 최우선인 채권단 입김을 대거 반영한 것은 그 자체로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 좁은 나라에서 여러 선사들의 입장이 통일되지 않고, 오히려 해수부가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급변하는 글로벌 해운업계에 어떻게 대응하며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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