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SKT가 품은 양자암호 세계 1위 IDQ의 성공 비결은 ‘산학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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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스위스)=정두리 기자
입력 2018-03-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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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G시대 안전확보 위한 원천기술 ‘양자암호통신’ 연구 현장 가보니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 양자암호통신 1위 기업 IDQ의 품질검사실 내부 모습.[사진=공동취재단]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화두는 ‘양자암호통신’에 쏠려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통신 보안기술로 각광받으며, 다가오는 5G시대 보안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안산업의 세계적인 흐름을 일찌감치 내다보고 2000년대 초반부터 양자원천기술을 연구해온 기업이 있다. 작은 벤처에서 지금은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업체로 성장한 IDQ. 이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디까지 왔을까.

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IDQ를 방문해 직접 확인한 결과, 이들이 내세운 양자원천기술력의 비결은 차별화 된 산학협력 체계에 있었다.

IDQ는 지난 2001년 제네바 대학에서 양자물리학 전문가인 니콜라스 지상, 그레고리, 리보디, 후고 즈빈덴, 올리버 구인나드 등 4명에 의해 창설됐다. 현재 지상과 즈빈덴은 대학교수로, 리보디는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고 있다.

슈퍼컴퓨터도 뚫지 못하는 양자암호통신기술의 요람은 의외로 단출했다. 제네바대학 근방의 낡은 아파트형 빌라 2층에 위치한 IDQ는 우리나라 IT기업이 입주한 구로디지털단지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서니, 이 좁은 연구실에서 양자암호통신의 핵심기술이 눈 앞에 펼쳐졌다.

처음 발을 디딘 개발실에는 회로기판 모양의 부품들이 흩어져 있었다. 신용카드 크기만한 이 부품 하나의 가격은 1500달러. 양자난수생성기(QRNG)의 모습이다. QRNG는 순수 난수를 생성해줘 해킹 가능성을 낮추는 기기이다. 지난해에는 초소형(5mm×5mm) 칩을 개발하며 가격을 10달러 미만으로 낮췄다.

또 다른 방에서는 양자키분배(QKD) 서비스 실험이 한창이었다. QKD는 양자암호통신의 핵심기술로, 송신자와 수신자의 양끝단에 설치된 암호키분배 기기를 통해 같은 암호키를 생성해주는 기술이다. 2016년 버전의 양자키분배 서비스는 2002년 모델보다 암호키 생성서비스가 100배 빨라졌다고 IDQ 관계자는 설명했다.

IDQ는 2002년 세계 최초로 QRNG를 출시했고, 2006년 세계 최초로 QKD 서비스를 출시하며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한 획을 긋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매출액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양자암호 관련 특허 수만 50개에 이른다.

 

세계적인 양자 분야의 구루(Guru)이자 IDQ 공동설립자인 니콜라스 지상 교수가 양자ICT 트렌드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러한 기술력의 원천은 제네바대학과의 산학협력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연구인력 절반이 제네바대 물리학과 출신이다.

지상 교수는 “IDQ와 제네바 대학은 우선적으로 기술을 도입하고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 권리를 상호 계약관계로 맺고 있어 궁합이 좋을 수 밖에 없다”면서 “서로가 기술 개발을 가장 먼저 요청할 수 있는 의무와 권리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산업이 어떻게 개발되는지 가이드라인을 공유할 수 있어 시너지가 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교수들을 토대로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기업 IDQ를 품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SK텔레콤의 5G기술과 서비스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도 IDQ가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은 약 700억원에 주식 50% 이상을 확보해 IDQ를 인수했다. SK텔레콤은 IDQ를 퀄컴과 같은 글로벌 ICT 기업으로 키워내 자율주행차 등 5G 통신망을 안정적으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IDQ의 구성원은 SK텔레콤의 인력이 들어와 현재 50여명까지 늘어났다.

SK텔레콤은 올해 안으로 양자 전용 중계기 개발을 완료하고, 2020년까지 초소형·초저가 양자암호 장비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2022년 상용화를 목표로 양자암호위성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며, IDQ의 양자센서 기술력을 기반으로 관련 분야 사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원장은 “IDQ가 보유한 원천 기술을 원했고, 산학협업 관계가 매력적이어서 투자하게 됐다”면서 “제2의 퀄컴으로 성장시켜 5G네트워크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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