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서는 이주열 총재 연임으로 통화정책이 급격히 바뀌지 않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정상화에 의지가 큰 매파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빠르면 5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봤다. 총재가 바뀔 경우 4월 취임한다. 같은 달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정책에 변화를 주기는 부담스럽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4월이나 5월 인상을 예상했는데 이번 연임으로 4월 가능성이 조금 올라갔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청와대가 이 총재 연임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도 한은의 중립성·자율성을 보장해 통화정책에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한은 총재가 무조건 바뀌는 식이었는데 (후보자들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봤을 때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으면 (이 총재로)가자"는 취지로 문 대통령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실제 다른 나라의 경우 중앙은행 총재가 오랜 기간 재임하면서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다만, 소비자물가가 1%대에 머물고 있어 당장 다음 달 금리를 올리기엔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한은 총재 연임은 역대 세 번째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은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는 4년이며, 한 차례 연임 가능하다. 인사청문요청서가 채택되면 국회는 이달 20일 안에 청문회를 열고, 이후 3일 이내에 심사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총재는 2012년 개정된 한은법에 따라 역대 한은 총재 중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한 차례 청문회에서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큰 변수가 없다면 통과될 확률이 높다.
이 총재는 청와대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4년 전 처음 명 받았을 때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러 대내외 여건이 엄중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쁨보다는 책임에 막중함을 절감하고 있다"다는 속내를 밝혔다.
일각에서 이 총리 연임설이 제기되긴 했지만 대세론은 아니었다. 때문에 이번 연임은 '깜짝 발표'로 여겨지고 있다. 청와대는 최종 후보군을 3-4명으로 좁혔다. 여기에 이광주 전 한은 부총재보, 박상용 연세대 명예교수, 이주열 총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통화신용 정책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이 총재는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1977년 한은에 입행, 뉴욕사무소 근무와 해외조사실장 맡으며 국제감각을 키웠다. 이후 양대축인 조사국장과 정책기획국장을 각각 2년씩 역임했고 통화신용정책 담당 부총재로 지냈다. 부총재 퇴임 후 2년 간의 공백을 제외하고 한은에서 39년을 근무했다. 연임 임기를 채우면 이성태 전 총재가 갖고 있던 한은 최장수 근무 기록(42년)이 경신된다.
이 총재는 평소 원칙에 충실하지만 합리적이라는 게 주변 평가다. 의사소통에 있어선 신중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은 총재의 입은 곧 향후 통화신용정책 방향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 총재는 평소 절제된 표현과 일관된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다 할 정치색도 없다. 이 총재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총재로 발탁됐지만 평소 정치적인 면모를 드러내지 않는다.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도 연임을 결정하는 데 부담이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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