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쯤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시가 ‘봄을 찾아(심춘·尋春)’이다. 작자가 송(宋)나라 대익(戴益)이라느니 무명의 당나라 여승이라는 등 분분하고, 표현도 판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핵심은 크게 다르지 않다.
“종일 봄을 찾아 헤맸으나 구경도 못하고(終日尋春不見春/종일심춘불견춘)
짚신 닳도록 산언덕 구름만 밟고 다녔네(芒鞋踏破嶺頭雲/망혜답파영두운)
돌아오는 길 매화나무 지나다 보니(歸來適過梅花下/귀래적과매화하)
봄은 정작 그 가지 끝에 한창이더라(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진리나 참된 가치는 먼 데 있는 게 아니고 바로 가까이 있다는 선시(禪詩)지만 서정적인 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시다. 꽃샘추위 등이 아무리 길을 막아도 결국 봄은 오고야 만다는 희망을 말하기 때문이다.
어지러운 우리 사회, 특히 서민들이 갈망하는 봄도 이처럼 올 것인가. 북한의 핵을 비롯한 전쟁위기, 실업난, 물가고 등 숱한 사회모순과 갈등이 우리를 옥죄고 있는데 풀릴 기미가 잘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정치권은 무뇌아 집단 같다. 이런 난세(亂世)에 민심을 안정시켜주어야 할 여야 모두가 국민 속이나 뒤집기 일쑤다. 수세기 동안 망국과 분단으로 국가와 국민을 고통 속에 몰아넣은 과거 위정자들의 어리석음과 진배없다는 불만과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자연의 봄은 길이 아무리 험해도 매화나무 가지에 슬그머니 내려앉듯 결국은 온다. 우리의 봄도 그렇게 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재 정치권 그릇이나 역량으로 보면 그런 기대와 희망을 갖기 어려워 곳곳에서 신음소리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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