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과 접견 및 만찬 회동을 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남측 특사단이 도착한지 불과 3시간여 만에 노동당 청사에서 4시간 12분간 접견과 만찬을 진행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용하는 최고지도자 집무실이 자리한 노동당 청사는 남측 고위 인사에게 처음 공개됐다.
노동당 본청사는 우리의 청와대 격으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나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등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가 열리는 곳으로 알려졌다.
과거 방북한 특사단이 주로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찬을 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이 남측 특사단의 방북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특사였던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청와대에서 면담한 것에 대한 답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또 대북 특사단에게 평양 대동강변의 외국 귀빈용 고급 휴양시설인 고방산 초대소를 숙소로 내줬다.
북한 외무성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곳은 고방산 언덕에 있는 흰색 외벽에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다. 2013년 방북한 에릭 슈밋 당시 구글 최고경영자(CEO) 등이 묵었다.
이날 김 위원장과의 접견에는 방남 특사였던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했다.
이어 진행된 만찬에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 김창선 서기실장이 추가로 참석했다.
특사단은 면담을 전후해 김 위원장과 기념촬영도 했다. 또 수석 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우리측 특사단과 김여정 부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접견과 만찬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장면을 보면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은 특사단과 북측 인사들이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테이블 위로 두 손을 모은 채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가운데에 화려한 꽃장식이 돼 있는 테이블 위에는 포도주 등 네가지 종류의 술과 함께 해물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인 메뉴도 올라와 있다.
참석자들의 표정이 밝은 것을 두고, 만찬 전 접견에서 남북이 모두 만족할 만한 내용에 합의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 위원장이 남측 특사단과의 접견·만찬 회동을 통해 북한 최고지도자의 면모를 국제사회에 보여준 셈이다. 향후 북핵협상 과정에서 남측 특사단의 경험은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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