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부자화교 이야기] 말레이시아 선거전에 휘말린 ‘설탕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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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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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허녠[사진=바이두]
 

말레이시아 최고 갑부 궈허녠(郭鹤年·영문명 로버트 콱) 케리그룹 회장이 최근 느닷없이 말레이시아 선거전에 휘말렸다.

현지 뉴스포털 말레이시아 투데이가 최근 그가 말레이계 정권을 무너뜨리고 중국계 정부를 세우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이 매체는 궈 회장이 중국계 야당인 민주행동당(DAP)을 은밀히 후원하며 친야(親野) 성향의 인터넷 언론을 운영해 왔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집권 여당연합 국민전선(BN) 인사들은 궈 회장에게 집중 포화를 날렸다. 심지어 그가 말레이시아 사업에서 성공한 것은 정부가 쌀과 설탕 시장을 수십년간 독점할 수 있는 권한을 준 덕분인데 은혜를 모른다며 그를 '주인을 문 개'라고 맹비난했다. 궈 회장은 말레이시아 투데이 보도는 잘못된 것으로 이는 심각한 비방이라고 반박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집권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궈 회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다수 민족인 말레이계와 원주민(61.7%)의 뿌리 깊은 반(反)화교 정서를 자극해 지지세력 결집을 시도했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궈 회장은 동남아 화교사회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이다. 말레이시아 ‘호텔왕’, ‘설탕왕’으로 불린다. 호텔·부동산·식품·항공·금융 등 사업을 거느리며 말레이시아 현지 경제를 주름잡고 있는 그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말레이시아 부자 순위에서 단 한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2014년엔 포브스 전 세계 부자순위에서 동남아 부자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엔 114억 달러(약 12조2000억원) 자산으로 세계부자 순위 115위를 차지했다. 

1923년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그는 대표적인 푸젠(福建)성 출신 화교다. 그의 조적(祖籍)은 푸젠성 푸저우(福州) '궈씨 집성촌'이다. 1949년 형제·사촌들과 함께 콱브러더스 그룹이라는 유통회사로 시작해 현지 설탕 시장을 장악하며 기반을 다졌다.

이후 호텔·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하며 오늘날 말레이시아 최대 갑부가 됐다. 말레이시아 이외 싱가포르,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에서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고급호텔 체인 중 하나인 샹그릴라가 바로 그가 운영하는 호텔 기업이다. 홍콩 유명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거느렸지만 2015년 알리바바에 매각했다. 

대중국 투자에도 적극적인 그는 중국에서 자선사업도 펼치고 있다. 2012년 중국 명문대 베이징대에 3000만 위안을 기부해 건물을 건설한데 이어 지난해 말에도 1억 위안이 넘는 액수를 기부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궈허녠의 회고록'이라는 책도 냈다. 책에서는 전 세계 화교에 대한 그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그는 화교를 "천성적인 기업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경제개미'"라고 표현하며 "누구보다 근면성실하고 어려움을 견딜줄 안다", "화교처럼 충성심이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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