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참모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되는 것일까. 개리 콘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폭탄을 둘러싼 갈등 끝에 6일(현지시간) 전격 사임 의사를 밝혔다.
폴리티코와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콘 위원장은 6일 성명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미국인을 대표해 친성장 경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사임의 뜻을 표명했다. 그는 몇 주 안에 백악관을 떠날 것으로 전해졌다.
콘 위원장이 떠나게 된 원인은 무역 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이다. 기업인 출신이자 자유무역주의자인 콘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며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부과 결정을 하루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진 회의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책 갈등이나 백악관 내부의 권력 투쟁 속에서 교체설이 불거진 인사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들어서고, 오는 가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자신이 약속한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해 백악관 물갈이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이 나돈 참모들을 거론하면서 백악관을 떠나게 될 다음 타자는 누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충돌은 상당히 노골적이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한 원망을 세션스 장관에게 풀어내던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의 러시아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또다시 세션스 장관을 몰아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트위터로 세션스 장관이 FBI의 해외정보감시법(FISA) 남용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면서 “수치스럽다”고 비난했다. 세션스 장관은 "명예와 진실성을 갖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맞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그리다이언 클럽 만찬에서 “내가 세션스를 깔아뭉갰는데 그는 스스로 기피(recuse)하며 살아남았다"며 비꼬는 듯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최근엔 잠잠해졌지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줄곧 사임설에 시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정책과 관련해 틸러슨의 대화를 통한 해법을 두고 ‘시간 낭비’라며 공개 면박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 긴장 완화 무드가 완연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의 대화 쪽으로 방향을 돌리며 틸러슨 장관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CNN은 틸러슨 장관이 예상 밖으로 장수 장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결국 틸러슨의 거취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17일 맥매스터 보좌관이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맥매스터 장군은 선거 결과가 러시아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을 잊었다"며 비꼬았다.
폴리티코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주 동안 맥매스터 보좌관의 교체를 진지하게 논의했다면서, 두 사람의 소통 방식이나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을 둘러싼 인식 차이가 가장 큰 갈등 요인이라고 전했다.
존 켈리 비서실장과 이방카 부부의 권력 투쟁 속에서 둘 중 한쪽이 백악관을 떠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AP 통신은 지난 3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이방카 부부를 백악관에 남겨둘지 뉴욕으로 돌려보낼지 고민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켈리 실장은 이방카 부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을 나눠 가지며 국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는 상황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켈리 실장의 견제 여파로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보좌관은 지난달 23일 정보 취급 권한이 '일급비밀'에서 '기밀급'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켈리 실장은 이방카 고문의 평창올림픽 방문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켈리 실장은 대통령 가족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그는 지난 1일 국토안보부 설립 15주년 행사에서 비서실장직 수행을 두고 “신에게 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켈리 시장은 여러 차례 불거진 사임설을 누차 부인해 왔지만 자신의 오른팔로 불리던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이 지난달 가정폭력 스캔들로 사임한 뒤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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