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되면서 주유소들이 인건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7일 서울 서초구 한국주유소협회. 이영화 신임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올해부터 최저임금 인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직원을 줄인 셀프주유소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셀프주유소 비중이 현재 전체 주유소의 약 20% 수준에서 조만간 30~40%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주유소 업계는 유가가 오르면 오른 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하락한 대로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여기에 정부가 가격 최우선 정책을 내세우면서 주유소 업계를 '무한 가격 경쟁의 링'으로 몰아넣고 있다는게 이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주유소는 소매점이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면서 “정부가 마른수건에서 물을 짜려고 하니 물이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가격 경쟁을 부추기면 가짜석유, 불법 영업 등의 역효과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유와 저렴한 등유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가짜석유를 사용하는 주유소가 매년 다수 적발되고 있다.
이 회장은 “경유와 등유는 가격 차이가 리터당 500원 이상 난다"며 “특히 지방 임차 주유소의 영업이 힘들어지면서 불법 영업이 성행하는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주유소 업계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 △폐업 지원금 △알뜰주유소 등의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전국에서 임차주유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장사가 안 돼도 폐업하기 힘들어서 불법이 성행하고 있다"며 "폐업을 하는데 많게는 1억5000만원가량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유소협회는 궁여지책으로 공제조합을 만들어 회원사의 폐업 지원을 준비 중이다.
이 회장은 “일본 정부는 주유소 폐업을 위해 7000만~8000만원을 지원했다”며 “반면 우리 정부는 음식점 등과의 형평성 문제로 회원사가 출자를 해야 공제조합 설립을 해주겠다고 한다”고 했다.
주유소 업계는 그동안 지속적인 건의를 통해 체크카드 수수료를 1.3%로 낮춘 바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 수수료는 1.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정부를 상대로 ‘유류세에 대한 카드수수료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주유소들의 평균 마진이 1%밖에 안되는데 카드수수료는 1.5%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면서 “기름값에 유류세가 60%인데 이걸 주유소가 내고 있으니 정부에게 돌려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진행중”이라고 소송 취지를 설명했다.
주유소 업계는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활성화에 발맞춰 주유소가 친환경에너지 판매를 겸하는 사업장으로 변화하도록 모색하기 위해 제도 개발과 법령 개정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협회는 지난해 KT와 전기차 보급활성화를 위해 ‘전국주유소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고, 올해 1월에는 (사)한국수소산업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회장은 “주유소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정부에서 4000만원 중 2000만원을 지원해준다”며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전기차 충전사업자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도 주유소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친환경차 충전사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다만 전기차나 수소차는 여전히 수익을 올리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알뜰 주유소 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정부는 기름값을 잡으려고 알뜰 주유소를 공급했지만 서로를 잡아먹는 ‘치킨 게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정부에서 서울의 기름값을 잡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제공하고 있다”며 “기름값은 못 잡고 주유소들의 가격 경쟁만 부추겨 업계가 피폐해지고 부작용만 낳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가격 경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보다 주유소 폐업과 불법행위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가격경쟁보다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정책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정부의 LPG차 보급 완화 정책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그는 “LPG차를 확대하려고 하는 이유로 친환경을 꼽는데, LPG차는 경유차나 휘발유차에 비해서는 친환경적일 수 있지만 절대적으로 친환경차로 분류할 수 없다”며 “전기차나 수소차 등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주유소 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이 회장은 3년의 임기 동안 업계와의 소통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는 “주유소 업계의 발전과 회원사의 권익 향상을 위해 정부와 국회, 정유사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해결점을 찾을 수 있도록 회원사와 소통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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