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리치(우호세력 접촉) 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나선다.’
갈수록 거세지는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전개할 플랜A다. 이달 하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한·미 양자회담이 열릴 예정이어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뒷심 발휘 여부에 시선이 집중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 시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 강행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중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발 관세폭탄 수위가 높아지며, 우리 정부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그만큼 미국 관세위협이 우리 경제성장의 주축인 수출업계에 직격탄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나섰다. 그는 지난 5일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에게 철강관세 등이 포함된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정부는 최근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또다시 미국으로 보내 미 무역대표부(USTR)와 주요 상·하원 의원을 설득하도록 조치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 정부와의 직접적인 대화 이외에도 9일까지 미 정가 관계자를 접촉할 계획이다.
다만 주변국의 경우, 경제 실세가 직접 미국의 관세폭탄 협상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류허 공산단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지난달 미국 정부를 찾았다. 류 주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이면서 50년 지기 친구이다.
일본의 경우, 이달 초 고노 다로 외상이 미 무역대표부에 관세 조치에 대한 우려를 직접 표명했다. 이어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도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 직접 통화하며 설득작업에 나섰다.
차관급인 김 본부장의 미국 정부 설득과 아웃리치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뒤늦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G20 재무장관회의 기간 중 미국과의 조율에 나선다지만, 열세인 입장에서 우리 정부가 내놓을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유럽국가들은 미국의 관세 규제 움직임에 대응, 보복조치 등 ‘맞불’ 전략을 불사할 조짐이다. 여기에 일본·호주·캐나다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공동으로 대응할 태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잇따라 통화하며 연대 대응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관세부과 조치를 꺼내들었다는 평가지만, 우리 정부는 강대강 대응에 나설 형편이 안 된다.
김동연 부총리의 경우 '협상이 먼저'라는 입장이어서 미국의 관세 부과와 한·미 FTA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줄 지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집중된 경제현안 처리로 과부하가 걸린 김 부총리가 통상문제 해결을 위해 '마무리 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김동연 부총리부터 양자회담의 무게감을 강조, 국익을 위한 합리적인 협상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면서도 "미국 내에서 관세부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에 주변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지의 우군 범위를 넓혀놔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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