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 자격으로 미국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콩 언론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한국 외교소식통을 인용한 보도를 통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파격적(unconventional)’이고 '매우 이례적인(very unusual)’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라며 "다수 메시지 가운데 '김여정 대미 특사 파견' 관련 내용이 담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석 대북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던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8일 (현지시간)부터 마이클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맥매스터 보좌관 등을 만나는 등 2박 4일간의 방미 일정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정 실장은 맥매스터 보좌관과 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와 관련한 북한의 조건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지난 6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북·미 대화에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입장을 별도로 갖고 있다"고 밝혔었다.
SCMP는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자신의 동생을 한국에 보냈듯이 미국에도 보낼 의향을 갖고 있을 수 있다"며 "다만 미국이 이 내용을 대중에게 공개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북한 외교 정책에서 김여정의 역할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미 파견이 성사될 경우 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그간 외신들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김여정의 존재감에 주목하면서, 강경했던 북한의 외교적 태도 변화에 김여정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해왔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이 백악관에서 미국 측에 북·미 대화에 나설 것을 직접 설득할 것이라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존 박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에 전달할 메시지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그 메시지가 미국 측이 회담을 진전시키기에 충분한 기초로 작용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메시지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한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정확한 방향으로 중요한 한 발을 내디뎠다"며 "남북의 노력을 지지하며, 특히 북·미 양측이 신속하게 접촉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CNN 등 주요 외신은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를 위한 탐색적 대화 준비작업을 하는 가운데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때문에 연기했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오는 31일(현지시간·한국시간 4월 1일) "대규모로 재개하기로 했다"고 8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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