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골적으로 ‘친중’ 노선을 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과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벤험 라이즈(Benham Rise) 대륙붕 탐사를 위해 해양 과학 탐사선을 구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국의 남중국해 자원 공동 탐사 방안이 논의 중인 만큼 벤험 라이즈에서도 공동 탐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7일 마닐라타임스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내각회의를 통해 벤험 라이즈에서 자원 채굴을 위한 새로운 해양 탐사선을 구매하는데 뜻을 모았다고 중국 관영언론 환구망(環球網)이 8일 전했다.
벤험 라이즈는 필리핀 북부에서 태평양 방향으로 250㎞가량 떨어져있는 대륙붕이다. 1300만 헥타르에 이르는 해역으로 미개발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지난 2012년 이 대륙붕을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인정했다. EEZ는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까지 모든 자원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는 개념이다.
중국은 이를 인정한다면서도 벤험 라이즈에 ‘빈한융기(賓漢隆起)’라는 중국어 명칭을 붙이고 해양탐사를 진행해왔다. 필리핀 정부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자 야당과 일부 국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일 “누구든 허가 없이 벤험 라이즈에서 탐사를 한다면 우리와 전쟁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외국인이 벤험 라이즈에서 탐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다음날 해리 로케 대통령실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경고 발언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최근 벤험 라이즈에서 탐사를 벌인 것은 대부분 미국 회사였다”며 “중국은 이미 벤험 라이즈에 대한 필리핀의 주권을 인정했기 때문에 중국에게 경고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벤험 라이즈는 우리 것이며 나는 어떠한 탐사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도 "중국은 그곳에 단지 방향 표시를 한 것으로, 그 명칭은 중국어로 할 수 있다"고 중국을 두둔했다.
이 같은 두테르테의 적극적인 친중적 태도에 이번 회의에서 결정된 탐사선 구매를 중국 측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필리핀 정부가 중국과 공동으로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의 에너지 자원 탐사와 채굴 작업 방안을 협의 중이기 때문에 해당 의견도 제시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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