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 직행을, STX조선해양은 고강도 자구계획을 전제로 한 조건부 생존을 약속받았다.
양사의 엇갈린 운명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원칙에 따라, 현 시점에서 최선을 다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은성수 행장은 8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중견조선사 처리방안' 기자간담회에서 "성동조선에 경영 정상화 지원을 지속할 타당성과 실익이 없다"며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자율협약) 종결을 알렸다. 회사의 제한적인 유동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올해 2분기 중 자금 부족 발생 및 부도가 우려된다는 판단이다.
은 행장은 "재무 실사 및 산업 컨설팅에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고, 산업적 대안도 부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성동조선은 법원에 의한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성동조선은 주력 선종인 중대형 탱거의 수주 부진,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로 인해 현재 상태에서 이익 실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 은 행장은 다만 "성동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과 소통해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왜 발을 빼느냐, 그동안 왜 끌려다녔냐고 질문할 수도 있을 수 있지만 구조조정 원칙에 따랐다"고 강조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STX조선의 생존 결정에 대해 "산업정책적 고려가 회사를 무조건 살리겠다는 게 아니다"며 "원칙에 입각해 결정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고강도 자구계획 실행과 사업 재편을 전제로 STX조선의 정상 영업을 담보했다. 다만 노사 확약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노사확약서 제출기한도 다음 달 9일로 못 박았다.
현재 산업은행은 STX조선 노사에 컨설팅 결과보다 강화된 40% 이상의 인력 구조조정 등에 동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컨설팅 결과에)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회장은 노사 확약에 있어 STX조선과 금호타이어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자구계획 및 해외 매각에 대한 노사 확약을 두고 채권단의 채무상환 유예 여부가 시한폭탄처럼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STX조선 또한 한 달 후까지 노사 확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권단의 별도 조치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STX조선은 채권이 아닌 회사 본질의 문제로, 재무구조상 건전하다"며 "노사 확약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채무 상환 유예와 관련해 "유예가 끝나면 금호타이어의 유동성도 끝나는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어느 누구도 (금호타이어를) 회생시킬 능력이 안 된다는 게 제 판단"이라며 "의지와 상관 없이 법원 절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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