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앙은행들이 빅데이터를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빅데이터를 통해 기존 통계나 설문조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50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빅데이터를 감독이나 정책 수립의 핵심 자료로 사용한다는 응답이 2016년 22%에서 지난해 36%로 늘었다. 또 42개국 중에 23개국(55%)의 중앙은행이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답했다.
실제 일본 중앙은행(BOJ)은 지난 2013년부터 경제지표 통계 등의 분석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왔다. BOJ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민간기관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그 유용성이 인정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경기사이클 분석과 추정에 구글 검색자료를 이용하고 있다. ECB는 이를 기반으로 실업률 예측 에러를 최대 80%까지 줄였다.
우리나라도 빅데이터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통계기획팀에 빅데이터 업무를 담당할 빅데이터통계연구반을 신설, 소셜미디어(SNS)에서 일어나는 일을 경제지표에 반영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예를 들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소비자들이 '이달엔 돈을 아껴야 한다', '연봉이 동결돼서 더 쪼들린다' 등의 내용이 올라오면 소비심리가 나빠질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경제심리지표에 반영하는 식이다.
이처럼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빅데이터 활용에 관심을 두는 것은 전통적인 거시경제 데이터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어 시장 예측과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빅데이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여기에는 인터넷 및 뉴스 검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은행 및 금융거래 기록 등이 포함된다.
아직 활용 초기 단계인 만큼 중앙은행들은 공식 통계자료와 공공기관 생성 자료 위주로 자료를 수집·저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내용과 모바일·웹스크래핑 데이터 등으로 자료 수집 범위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적은 비용으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세밀하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변수들이 다양화·복잡화·확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경제조사지표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며 "또 조사 대상자들이 질문을 제대로 읽지 않고 답하거나 찍기식으로 조사에 답하는 경우도 있는데 빅데이터는 이 같은 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앙은행들이 아직 빅데이터를 연구하고 있는 것은 단점도 분명한 탓이다. 온라인 상의 글이 주관적인 데다 온라인 사용 집단에 따라 편향된 정보가 집중적으로 수집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걸러내고 적용할 것인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빅데이터 활용 범위와 방법이 정해지지 않다 보니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빅데이터 전용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중앙은행이 8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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