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삼국에서 호랑이에 관한 비슷한 속담이나 관용구도 많다.
"범을 그린다는 것이 고양이를 그린다.", "호랑이 굴에 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 "가혹한 정치는 범보다도 무섭다" 등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 공통으로 있는 속담이다.
"범의 입보다 사람의 입이 더 무섭다", "군자는 입을 아끼고 범은 발톱을 아낀다" 등은 한국에만 있는 속담이다.
중국에만 있는 속담으로는 "사람은 폐기 하나를 믿고 살고, 호랑이는 위엄을 믿고 산다", "호랑이는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등이 있다.
일본에는 "양의 몸에 호랑이 가죽을 걸친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호랑이는 한중일 삼국 국민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호랑이의 주요 덕목은 20세기까지 지속됐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의 미술에서 호랑이는 조금 다르게 표현된다.
한국의 미술에서는 신통력을 지닌 기백 있는 영물로, 또 해학적이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친구로 등장했다.
그에 반해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았던 일본은 선종 사원으로 유입된 중국 송대(960~1279) 용호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불교 또는 도교와 엮여 용, 호랑이를 결합한 3폭의 용호도는 일본 호랑이 미술만의 특징이다.
한중일 삼국에 관한 호랑이 속담과 미술을 확인하고 싶다면, 3월 1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전을 가보자.
한국과 일본, 중국의 호랑이 미술 작품 105건, 145점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 작품에는 단원 김홍도가 그린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와 '죽하맹호도'(竹下猛虎圖), 작자 미상의 18세기 '맹호도'(猛虎圖) 등 조선 후기의 중요한 맹호도 3점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
한 변의 길이가 약 2.2m로, 현존하는 조선 호랑이 그림 중 가장 큰 그림인 '용호도(龍虎圖)'도 짝을 이뤄 선보였다.
일본 작품으로는 소가 조쿠안(曾我直庵) 가노 미치노부(狩野典信)의 '용호도'(龍虎圖) 6폭 병풍, 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를 그렸다는 마루야마 오쿄(圓山應擧)의 호소생풍도(虎嘯生風圖)가 전시됐다.
중국에서 온 작품은 3천 년 전 상대(商代)의 호랑이 장식 꺾창, 자기로 만든 호랑이 모양 베개 등이 있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된다. 1∼3부는 한국, 일본, 중국의 호랑이 미술, 4부는 한중일 3국의 호랑이 미술 중 걸작을 모았고, 마지막 5부에서는 한중일 3국의 근현대 호랑이 미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의 백미는 3채널의 스크린 X 영상으로 제작된 호랑이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영상은 러시아와 중국 야생의 산과 들에서 박종우 감독이 촬영했다.
박종우 감독은 "우리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신화 속 호랑이를 다시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감상 포인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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