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북·미 정상간 대화를 적극 지지하면서도 향후 이어질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중국역할론도 강조하고 있다.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차관급)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10일 국영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만나기로 한 것은 한반도 정세의 긍정적 변화와 관련된 명확한 신호를 국제사회에 내비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쿵 부부장은 “북·미 대화가 예상대로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모든 관련국, 특히 북·미 양측이 서로 노력하느나에 달려있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관련국이 북·미 대화의 실현을 지지하고 지속적으로 적극적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해 사실상 중국역할론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는 복잡다단한 만큼 한 두 차례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관련국이 접촉 과정에서 무엇보다 기본적 상호 신뢰 쌓는데 주력함으로써 대화를 위한 더 좋은 환경 만들고, 더욱 견실한 기초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쿵 부부장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제안한 두 가지, 북한 핵미사일 개발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쌍중단(雙中斷)'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병행을 뜻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강조했다.
쌍중단으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재개하기 위한 필요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이제 다음 단계로는 쌍궤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앞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미 대화를 지지하면서도 중국역할론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북미가 하루빨리 대화를 재개해 긍정적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면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실현하기 위해 확고히 힘쓰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고도로 중시한다"며 "계속해서 중국과 긴밀한 소통과 협조를 하길 원한다"고 중국역할론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10일 중국 당기관지 인민일보 종성(鐘聲) 칼럼은 "중국의 건설적 주장과 역할이 유관국으로부터 인정과 찬사를 받고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가까운 이웃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중국은 수년간 책임감있는 태도로 담판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독특하고, 대체불가능한 역할을 발휘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이른바 '차이나패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중국의 대북 경제제재로 북·중 관계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웨이쭝유(韋宗友) 상하이 푸단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건너뛰고 싶어하는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북미 회담을 자국에서 개최하려는 계획도 가지고는 있지만 쉽지않아보인다는 게 전문가의 전망이다. 중국 외교전문가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북미 회담이 중국서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김정은이 중국에서 열리는걸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앞서 8일 중국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주최할 계획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이웃국이자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당사자국으로, 시종일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추진, 한반도 평화안정 수호, 대화협상 통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중국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적극적 역할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원론적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10일 '한반도 정세의 극적인 변화, 중국은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제하의 사평에서 '차이나패싱'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 전혀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평은 "중국은 애초에 한반도 문제의 리더가 아니다"며 "또한 독자적으로 어느 한쪽의 태도를 틀어쥘 만한 지렛대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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