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스 워 더 주오웨이. 니 웨이섬머 쯔양 주오(这是我的座位 你为什么这样做: 여긴 내 자리예요. 당신 대체 왜 이러는 거야)?”
12일 오전 8시, 서울 소공동의 한 시내면세점 입구는 중국인과 조선족이 뒤엉켜 ‘자리 싸움’이 한창이었다. 삼삼오오 그룹을 지은 이들은 ‘따이공(代工)’으로 불리는 보따리상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정이나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서 면세점 문이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한다. 날씨가 풀리기 전에는 아예 이불보를 챙겨와 자리를 잡은 이들도 적잖았다고 면세점 측은 전했다. 진짜 따이공 대신 줄을 서는 알바도 생겨났다. 최대 20만원까지 뒷돈을 받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9시 30분경 면세점 문이 열리자, 신속히 매장에 들어선 이들은 메신저 위챗으로 전달되는 고객의 ‘주문 오더’를 확인하며 재빨리 화장품 구매에 돌입했다. 할인폭이 크고,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화장품 브랜드를 앞다퉈 캐리어에 ‘쓸어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들의 손에는 캐리어 여러 개와 수십개의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이 1년 넘도록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발길은 뜸한 반면 따이공들의 면세점 쇼핑은 되레 급증세다.
따이공이 국내 면세점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하자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지난해 14조원을 돌파, 사상 최대 수준으로 덩치가 커졌다. 문제는 매출이 늘었지만 따이공들을 보내주는 대가로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송객수수료는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터라, 따이공을 많이 받을수록 많은 수수료가 지급돼 면세점의 실익은 미미하다.
12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이 관세청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2개 시내 면세점 사업자가 여행사와 가이드 등에 준 송객수수료는 1조14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9672억원)과 비교해 18.7% 증가한 수치다. 2013년 2966억원이던 송객수수료는 2014년 5486억원, 2015년 5630억원으로 급증한 이후 2016년 9672억원으로 치솟아 3배 이상 늘었다. 면세점들이 매출을 높이기 위해 송객수수료를 통한 과다한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A면세점 관계자는 “국산 화장품을 최대 25% 할인해주고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때문에 보따리상들이 받는 실익은 크다”며 “반면 면세점 입장에서는 매출이 늘었다고 해도 송객수수료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실속은 별로 없지만 당분간 출혈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 하반기 서울 시내면세점 3곳의 신규 오픈을 앞두고 있어 출혈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탑시티면세점 신촌역사점이 들어서면 올해 서울에만 총 13개의 시내면세점이 경쟁을 벌이게 된다.
B면세점 관계자는 “일부 신규 면세점들은 송객수수료를 최대 25%까지 올리며 경쟁적으로 보따리상 유치에 나선 것 같다”며 “정상적인 루트로 유커가 대거 들어오지 않으면 당분간 송객수수료는 계속 오를 것이고, 그에 따른 헛장사도 지속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