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장하나, 우승으로 돌아온 '댄스 세리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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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8-03-1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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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투어 복귀 후 첫 우승을 이룬 뒤 활짝 웃고 있는 장하나. 사진=KLPGA 제공]

장하나가 국내 복귀 이후 첫 우승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상대 선수에 대한 예의로 참았던 가수 싸이의 ‘뉴페이스’ 댄스. 장하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거둔 2년 5개월 만의 우승에 감격해 참았던 눈물도 쏟았다.

장하나는 지난해 5월 국내 무대로 깜짝 복귀 선언을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하며 4승을 거둔 전성기의 선수가 갑자기 국내로 유턴한다는 소식은 당황스러웠다. 장하나가 고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단 하나, ‘세계 최고’보다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시간’의 소중함 때문이었다.

장하나의 복귀는 KLPGA 투어 판도를 흔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장하나는 국내 복귀 후 17번째 대회를 치를 때까지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작년에 복귀할 때 우승 욕심은 전혀 없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돌아왔기 때문에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즐기려고 했는데 경기를 하다 보니 욕심이 났다.”

기대가 큰 만큼 장하나에게는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우승이 늦게 찾아왔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외국에서 뛰다 오면 다 잘 할 거라는 인식이 있고, 우승 언제 하냐는 말씀을 주변에서 많이 하셔서 부담도 많았다. 그런 것들이 이번 우승에 약이 된 것 같다.”

장하나는 지난 11일 베트남 호찌민의 트윈도브스 베트남 스텔라·루나 코스(파72)에서 끝난 KLPGA 투어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에서 합계 12언더파 204타를 친 뒤 하민송과 3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2015년 9월 YTN·볼빅여자오픈 우승 이후 2년 6개월 만에, 국내 대회 9승째를 챙겼다.

우승의 순간도 짜릿했다. 연장전이 치러진 18번 홀(파5)에서 팽팽한 승부를 벌였다. 1차 연장은 위기를 넘겼고, 2차 연장에서는 다 잡은 승리를 욕심을 내다 3퍼트를 저질러 놓칠 뻔했다. 결국 3차 연장에서 두 번째 아이언샷을 홀 옆에 붙인 뒤 이글 퍼트를 낚아 드라마 같은 우승을 일궈냈다. 장하나가 프로 데뷔 이후 거둔 첫 연장 승리였다.

“마지막 우승이 3년 전이라 복귀하고 우승이 간절했다. 아쉬운 준우승도 두 번 있었고 샷 감이 저번 주부터 쭉쭉 타고 올라와서 기대를 했다. 얼마 전에 어머니 생신이셨는데(2월 22일) 늦었지만 선물을 한 것 같아서 기쁘다.”

장하나는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 울먹였던 이유도 바로 가족이었다. 장하나는 “이글 퍼트를 넣고 파노라마같이 모든 것이 다 떠올랐다”며 “아버지와 싸운 일, 어머니한테 힘들다고 말하면서 울었던 일, 처음 우승했던 일까지 한 장의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장하나가 국내로 복귀 결정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어머니였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어머니의 곁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 장하나의 의지였고, 결정이었다.

“작년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걱정됐던 것은 어머니의 건강이었다. 어머니 건강이 좋아지면서 마음이 잡혔다. 작년에는 골프보다 우선이 엄마였고, 가족이 먼저였는데, 이젠 안정적이어서 나 자신에게 집중을 더 잘 할 수 있다. 올해는 ‘노력한 만큼 이룰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장하나의 또 다른 변화는 코치다. 최근 최현 코치로 바꿔 지도를 받았다. 시즌 초반 코치 교체는 모험수다. 하지만 장하나는 “사실 도전이었다. 도전을 해봐야 실패도, 성공도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클럽도 바꾸면서 마음가짐이 새로워졌다”며 “코치에게 중요한 포인트 하나를 배운 뒤 막혀 있던 게 뻥 뚫린 기분이 들었다. 완전히 달라졌다”고 만족했다.

LPGA 투어를 경험하고 돌아온 장하나는 미국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역시 ‘장하나다운’ 도전 정신이 엿보였다. “LPGA 진출은 확신이 없을 때 가는 게 좋다. 그래야 더 집중을 하게 되고 방심을 하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기회도 생겨서 노련미도 생긴다. 어린 나이의 선수들이도전을 하고 싶다면 따지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장하나가 이날 펼친 세리머니는 국내 복귀 후 첫 우승 때 하려고 준비한 것이었다. 다만 방송사에서 간곡히 요청하지 않았다면 못 볼 뻔한 댄스 세리머니이기도 했다. 장하나는 “작년부터 준비한 건데 연장 승부로 이긴 거라 상대 선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해서 안 하려고 했다. 방송사 요청에 작게 했다”며 웃었다. 이어 “KLPGA 투어에 다시 뉴페이스로 등장한다는 의미”라고 힘줘 말했다.

‘뉴페이스’로 돌아온 장하나가 올해 국내 여자골프 판도를 흔들 첫 스타트를 끊었다. 어머니의 이름으로 우승을 이룬 장하나가 이젠 자신을 위해 즐기며 인생 목표인 20승을 위해 달린다. 장하나는 “올해 목표는 4~5승”이라고 특유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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