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소식이 들린다. 봄꽃 이야기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를까? 추운 겨울 가장 먼저 피어난다는 지리산 복수초, 고창 선운사의 동백, 섬진강 광양 매화마을에 하얗게 흩뿌려진 꽃,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부안의 변산 바람꽃이 피었다는 소식은 봄꽃이 피어난 장소를 품으며 이른 봄나들이를 부른다. 이렇듯 봄의 문턱을 넘어선 꽃 소식을 들으면서도 우리는 가고 싶은 곳을 연상하게 된다.
봄꽃이 빚어낸 아름다운 자연으로 계절을 선점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이름에서부터 봄을 지닌 도시가 있다. 춘천(春川)이 그러하다. 춘천은 그 이름에 봄을 품고 있는 도시로, '봄내'라는 뜻이다. 고려시대 태조 때부터 붙여진 ‘춘추’라는 지명에서 기원했는데, 이후 춘천·춘성이라는 이름으로 파생되어 ‘봄’의 뜻을 이어오게 되었다. 익산의 ‘춘포(春浦)’도 봄의 뜻을 지닌 곳이다. 봄개라는 산의 이름이 음변하여 불린 봉개산, 익산천과 만경강이 흐르는 곳에 있는 ‘봄나루’라는 아름다운 나루로 인해 불린 곳이다.
춘천을 ‘봄내’라 불러보고, 춘포를 ‘봄나루’라 불러보니 그 이름이 지닌 매력이 더 돋보인다. 춘천 가는 기차를 타고 가서 봄내길을 걸어보고, 익산으로 내려가서 봄나루가 있는 만경강 뚝방을 거닐며 봄을 맘껏 느끼고 싶다.
그 도시의 이름이 붙은 까닭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듯이, 우리나라 방방곡곡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동네 어귀 바위의 이름에서부터 도시가 그렇게 불리기까지 켜켜이 쌓인 그만의 이야기들이 함께한다. 이런 소중한 역사의 흔적과 사물에 담긴 자원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자 많은 지자체가 노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필자가 지역을 다니며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는 ‘우리 지역에는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다’라는 것과 반대로 ‘우리 지역은 별 이야기가 없어서 특별하지 않다’라는 말이다. 많은 곳은 너무 많아서 무엇을 대표로 선택할지 모르겠다는 배부른 고민을 토로하고, 없다고 한탄하는 곳은 무엇을 지역의 자산으로 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그러다 어느 지역의 성공사례를 깊은 성찰 없이 벤치마킹하여 마구잡이 식의 관광자원을 양산한다. 지역의 의미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억지춘향 격의 스토리를 만들기도 하고 공감하기 힘든 형상을 흉물스럽게 세워놓고 지역의 랜드마크라 칭하며 지역 정서와 동떨어진 축제를 여는 경우도 허다하다.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등 그 도시의 명물이 된 랜드마크는 거저 만들어지지 않았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축제는 그만의 이유가 있다. 지역 문화가 만들어져 힘을 발휘하고, 도시의 이름을 내걸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은 결코 한순간에 한 단면만을 갖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시의 어원만 살펴봐도 영어(city)나 불어(cité) 모두 고대 로마의 독립국가를 일컫는 라틴어 키비타스(civitas)를 어원으로 하고 있고, 문명(civilization)도 그 유래를 함께한다. 한자 도시(都市)는 중국 황제가 사는 궁과 성벽을 일컫는 도성(都城)의 도(都)와 시장(市場)의 시(市)가 합성된 단어이다.
또한 정치(politics)도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도시(police)에서 유래했다. 이렇듯 도시란 단어는 사람의 활동이 담긴 모든 자취와 문명을 의미한다. 인류가 삶의 흔적을 남기고 살아온 것처럼 도시도 계속 변화하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유기체이다. 그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환경 그리고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흔적이 도시의 이름으로 이야기를 깃들게 하고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간이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지녔듯이 관계하는 모든 만물도 그러하다. 청정도시 해발 700고도 등을 연상했던 평창은 이제 동계올림픽과 평화를 상징하는 도시의 이름으로 전 세계에 각인되고 있다. 겨울이 가면 꽃이 피는 봄이 찾아오듯이 혹독했던 한반도의 정세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거쳐가며 반가운 소식들을 건네준다.
남북 정상회담 소식에 이어 북·미 간 정상이 역사적으로 만난다는 극적인 소식에 마음이 분주해지며 설렌다. 어느 도시 어느 곳에서 만나게 될지 궁금하고, 북한으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되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북한의 도시 이름이 줄을 서며 마음을 이끈다. 바야흐로 봄날, 꽃샘바람도 있고 꽃길만을 걸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도시풍경에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어지는 도시의 이름들을 더하고 꽃 나들이 장소를 찾아갈 날을 기대해 본다.
봄꽃이 빚어낸 아름다운 자연으로 계절을 선점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이름에서부터 봄을 지닌 도시가 있다. 춘천(春川)이 그러하다. 춘천은 그 이름에 봄을 품고 있는 도시로, '봄내'라는 뜻이다. 고려시대 태조 때부터 붙여진 ‘춘추’라는 지명에서 기원했는데, 이후 춘천·춘성이라는 이름으로 파생되어 ‘봄’의 뜻을 이어오게 되었다. 익산의 ‘춘포(春浦)’도 봄의 뜻을 지닌 곳이다. 봄개라는 산의 이름이 음변하여 불린 봉개산, 익산천과 만경강이 흐르는 곳에 있는 ‘봄나루’라는 아름다운 나루로 인해 불린 곳이다.
춘천을 ‘봄내’라 불러보고, 춘포를 ‘봄나루’라 불러보니 그 이름이 지닌 매력이 더 돋보인다. 춘천 가는 기차를 타고 가서 봄내길을 걸어보고, 익산으로 내려가서 봄나루가 있는 만경강 뚝방을 거닐며 봄을 맘껏 느끼고 싶다.
그 도시의 이름이 붙은 까닭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듯이, 우리나라 방방곡곡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동네 어귀 바위의 이름에서부터 도시가 그렇게 불리기까지 켜켜이 쌓인 그만의 이야기들이 함께한다. 이런 소중한 역사의 흔적과 사물에 담긴 자원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자 많은 지자체가 노력하고 있다.
관련기사
그러다 어느 지역의 성공사례를 깊은 성찰 없이 벤치마킹하여 마구잡이 식의 관광자원을 양산한다. 지역의 의미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억지춘향 격의 스토리를 만들기도 하고 공감하기 힘든 형상을 흉물스럽게 세워놓고 지역의 랜드마크라 칭하며 지역 정서와 동떨어진 축제를 여는 경우도 허다하다.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등 그 도시의 명물이 된 랜드마크는 거저 만들어지지 않았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축제는 그만의 이유가 있다. 지역 문화가 만들어져 힘을 발휘하고, 도시의 이름을 내걸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은 결코 한순간에 한 단면만을 갖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시의 어원만 살펴봐도 영어(city)나 불어(cité) 모두 고대 로마의 독립국가를 일컫는 라틴어 키비타스(civitas)를 어원으로 하고 있고, 문명(civilization)도 그 유래를 함께한다. 한자 도시(都市)는 중국 황제가 사는 궁과 성벽을 일컫는 도성(都城)의 도(都)와 시장(市場)의 시(市)가 합성된 단어이다.
또한 정치(politics)도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도시(police)에서 유래했다. 이렇듯 도시란 단어는 사람의 활동이 담긴 모든 자취와 문명을 의미한다. 인류가 삶의 흔적을 남기고 살아온 것처럼 도시도 계속 변화하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유기체이다. 그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환경 그리고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흔적이 도시의 이름으로 이야기를 깃들게 하고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간이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지녔듯이 관계하는 모든 만물도 그러하다. 청정도시 해발 700고도 등을 연상했던 평창은 이제 동계올림픽과 평화를 상징하는 도시의 이름으로 전 세계에 각인되고 있다. 겨울이 가면 꽃이 피는 봄이 찾아오듯이 혹독했던 한반도의 정세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거쳐가며 반가운 소식들을 건네준다.
남북 정상회담 소식에 이어 북·미 간 정상이 역사적으로 만난다는 극적인 소식에 마음이 분주해지며 설렌다. 어느 도시 어느 곳에서 만나게 될지 궁금하고, 북한으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되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북한의 도시 이름이 줄을 서며 마음을 이끈다. 바야흐로 봄날, 꽃샘바람도 있고 꽃길만을 걸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도시풍경에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어지는 도시의 이름들을 더하고 꽃 나들이 장소를 찾아갈 날을 기대해 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