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은 1년 동안 생산한 부가가치를 합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연말 2만9700달러를 기록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3148만2000원으로 근로소득 3276만원을 조금 밑돌았다. 정부를 비롯해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는 3만2000달러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야말로 놀랄 만한 압축 성장의 결과다.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2022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지나 2030년엔 5만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압축·고속 경제성장 이면엔 성장의 그늘인 양극화가 더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성장 과실은 대부분 기업에 귀속되면서 정작 국민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는 한 대부분 국민, 특히나 서민에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일반국민 43.1%가 한국경제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소득 양극화'를 꼽았다.
윤성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재정학연구에 발표한 '소득계층이동 및 빈곤에 대한 동태적 관찰' 논문에서 "빈곤층이 빈곤 상황을 벗어날 확률은 6%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가구가 빈곤층에서 벗어날 확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빈곤에서 탈출할 확률은 2007∼2008년 7.73%에서 2014∼2015년 5.91%로 떨어졌다. 반면 빈곤층에 머물 확률은 같은 기간 84.05%에서 87.73%로 높아졌다.
빈곤 결정요인으로는 일자리가 중요한 것으로 분석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직·간접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빈곤층을 위한 정부 지원금은 빈곤 탈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지적됐다. 윤 연구위원은 "빈곤층 가구의 환경, 특성 등을 파악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맞춤형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2016년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는 0.357로 전년 0.354보다 0.003 상승했다.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402로 전년 0.396에서 0.006 높아졌다.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소득 분배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상위 10%가 부동산을 포함해 전체 자산 66%를 가지고 있다. 하위 50%가 보유한 자산은 고작 1.6%에 불과하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0% 가까이 가져가는 구조다.
이처럼 부와 소득이 대기업과 부자에게 집중되다 보니 성장 과실 '낙수효과'마저 작동하지 않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와도 서민층과 중소기업이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가 올해 정책방향 핵심 의제를 양극화 해소에 두고 처방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런 국민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서민들이 실감하지 못하는 정책으론 양극화는 물론 저성장 극복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윤 연구위원은 "소득 계층 상향이동 확률이 낮아지면서 사회의 활력이 감소하고 있다. 이것이 중산층 붕괴와 양극화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며 "빈곤가구 자녀는 낮은 교육수준에 머물며 빈곤 고착화가 세대를 통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빠르게 산업지형이 바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노사가 다 같이 살아남으려면 노동 유연성을 전제로 생산성을 높이고 사용자는 고용 안정과 함께 생산성에 근거한 임금을 보장하는 '상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영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 유연성을 전제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정책 초점은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에 맞춰져야 한다"면서 "스페인, 그리스와 같이 3만 달러에 진입하고도 2만 달러로 추락한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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