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의혹을 조사 중인 유엔 조사단에 저속한 표현을 써가며 "악어 먹이로 던져버리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관영 매체 스푸트니쿠가 13일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0일 필리핀 남부 잠보앙가에서 열린 군사회의에서 유엔 인권조사단을 가리켜 "여기에 식인악어가 살고 있다면 그 잡종(유엔 조사단)들을 먹이로 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막말은 최근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와의 설전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해 11월 두테르테 대통령은 한 유엔 인권조사단원에 대해 "허튼수작 부리지 말라"며 위협적 발언을 한데 대해 자이드 대표는 지난 9일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정말 수치스럽다. 정신감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가 인권문제에 거부감을 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마닐라 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7년 12월 7일 대통령궁에서 열린 임명직 관료 취임 선서식에서 “최근 마약 범죄가 늘고 있어 경찰인력을 다시 마약단속에 투입하겠다. 마약범죄자들의 사망 증가를 기대하라”며 인권단체들을 비꼬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초법적인 마약 단속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해 10월 경찰을 마약단속에서 배제했다가 두 달여 만에 다시 배치해 강경대응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016년 6월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초법적인 마약 소탕작전을 벌였다. 국제 인권단체가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올 3월까지 약 1만2000명에 이르는 마약용의자가 경찰과 현지 자경단에 의해 사살됐고 자수한 마약사범은 120만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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