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는 15일 발효 6주년을 맞는 가운데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가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FTA 발효 후 4년 동안 흑자 폭이 증가했으나 최근 2년 대미 무역 흑자는 80억 달러나 줄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한·미 FTA 발효 6년차 교역 동향'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178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3.2% 감소했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1998년 이후 줄곧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2016년부터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작년에는 5년 만에 흑자 규모가 2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2015년보다 대미 수출은 12억2000만달러 줄었지만, 수입은 67억2000만달러 늘었다. 이에 따라 무역흑자액은 79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한국이 미국 전체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3.8%에서 2017년에는 2.9%로 0.9%p(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양국 교역은 1193억달러로 전년보다 8.8% 늘었지만 우리나라의 대(對) 세계 교역 증가율 16.7%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미 수출은 686억달러로 전년보다 3.2% 증가했지만 역시 대 세계 수출 증가율 15.8%보다는 부진했다.
FTA 발효 후 우리나라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3.0%로 전년보다 0.2%p 감소했다.
최근 2년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이 크게 감소한 것은 수입은 급증하고 수출은 줄었기 때문이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차 부품, 무선통신기기, 철강판 등의 수출이 부진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LPG, 육류 등의 수입은 크게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 대미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자동차와 차 부품 수출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철강 제품은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 이후 송유관, 유정용 강관, 열연강판 등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는 최근 수입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호주산을 제치고 국내 수입시장 점유율 1위(51.0%)로 떠올랐다.
미국산 LPG도 2016년부터 중동산을 제치고 점유율 1위(2016년 47.4%, 2017년 64.3%)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생산설비의 대미 수입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양국 간 투자 동향에도 불균형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투자는 송금 기준 152억9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8.5% 늘었다. 사상 최대치였다.
FTA 발효 이후 6년간 대미 투자액은 525억 달러로 발효 전(2006∼2011년) 250억 달러보다 110% 증가했다.
산업부는 한미FTA 발효 후 금융·서비스 분야 미국 진출이 확대되고 기술획득을 위한 인수·합병(M&A) 투자가 활발해지는 등 대미 투자가 고도화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미국의 대한 투자는 송금 기준 12억1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9.9% 감소했다.
다만, FTA 발효 후 6년간 대미 투자유치액은 95억3000만 달러로 발효 전 6년간보다 110.5% 증가했다.
양국 간 서비스 교역은 2016년 432억 달러로 전년보다 1.4% 소폭 감소했다.
현재 양국은 한미 FTA 개정협상을 진행 중으로 오는 1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3차 라운드가 개최된다.
양국은 지난 1월 5일 미 워싱턴 D.C.에서 1차 개정 협상을, 같은 달 31일 서울에서 2차 개정협상을 각각 진행한 바 있다.
앞선 협상에서 미국은 대한(對韓) 무역적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교역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는 미국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무역구제 남용 문제와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 남용 문제, 한미FTA의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문제 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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