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면’ 단위의 기존 도시재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선’ 단위의 골목길 재생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시는 14일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골목길 재생 활성화 기반 마련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고 오는 6월 완성 목표인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시에 따르면 골목길은 주로 도심권에 집중돼 있다. 특히 4m 미만의 보행 위주 도로는 시 전체 424개 동의 67%인 286개 동에 분포돼 있다.
기존의 도시재생이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 등에 따라 대규모로 긴 시간 동안 지역을 사회·물리적으로 활성화는 것이라면, 골목재생은 1km 미만의 소규모로 짧은 기간에 진행해 주민 체감도가 높은 재생사업이다.
향후 시는 골목길 재생 시범사업을 주거환경관리사업과 도시활력증진사업 등 소규모 재생사업과 연계해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성북구 성북동 선잠로 2가길과 용산구 후암동 두텁바위로 40길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으로 유명해진 건축가 유현준 홍익대학교 교수가 ‘골목길의 변화 및 재생의 필요성’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골목길은 사람의 속도에 맞는 다양한 체험이 있는 ‘휴먼 스케일’에 가장 가까운 길”이라며 골목길 재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유 교수는 “우리의 골목길은 갈림길이 나오는 다음 지점까지 평균 거리가 37m이고, 다음 갈림길이 나올 때까지 평균 33초가 걸린다”며 “골목길은 사람이 다니면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사람 중심의 모듈러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민현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골목길 보전 정책 사례’ 주제 발표를 통해 시의 골목길 재생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민 연구위원은 △독일 알트작센하우젠 △미국 아발론 녹색 골목길 △일본 호젠지요코초 △부산 초량 이바구길 등을 사례로 소개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알트작센하우젠은 19세기 후반 교량과 철도가 들어서기 전까지 변두리 주거지역에 불과했지만 1960~1970년대 도시경관과 지역 명물인 사과주가 이목을 끌면서 대표 관광지로 발전했다. 이후 무분별한 상업화로 주거 환경이 악화됐고 이에 목조건축물과 소규모 필지, 영세상업 시설의 유지를 위해 골목길 재생 사업이 진행됐다.
민 연구위원은 개항 이후 부두 노동자들이 지은 무허가 토막촌으로 시작된 1.89km 길이의 부산 이바구길도 스토리텔링을 통한 골목길 재생 사례로 꼽았다.
앞으로 시는 오는 6월까지 골목길 재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년 6월까지 ‘서울형 골목길 재생’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동시에 자치구 공모를 통해 골목길 지도를 시범 제작하는 등 기반 구축에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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