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중 다섯번째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았다.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100억원대 달하는 뇌물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로부터 받고 있는 혐의는 뇌물, 직권남용, 배임, 횡령,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20여개에 달한다.
핵심 혐의는 뇌물이다. 우선 국정원이 청와대에 상납했다고 알려진 특활비는 △청와대 총선 여론조사 비용 10억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4억원 △박재완 전 대통령정무수석 2억원 △김진모 전 대통령민정2비서관 5000만원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 1억원 등 모두 17억5000만원이다.
인사청탁 및 공천헌금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인사청탁 22억5000만원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 공천헌금 4억원 등 모두 26억5000만원이다. 이 밖에 대보그룹 공사수주 및 삼성소송비 대납 비용 60억원까지 합치면 총 액수는 110억원대에 달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뇌물수수를 '단순 뇌물죄'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단순 뇌물죄는 제3자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이라는 증명이 필요없다. 뇌물죄는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 중 가장 중형에 해당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1억원 이상 뇌물을 수수한 사람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금액이 모두 뇌물로 처리될 경우, 징역형은 물론 추징금과 벌금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앞서 국정농단을 일으킨 최순실씨는 지난달 1심 판결에서 받은 뇌물 액수만큼인 72억원을 추징금으로 내고 별도로 벌금 180억원을 선고 받았다.
최씨 사례에 비춰 만약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주장하는 뇌물액이 모두 인정된다면 최소 수백억원에 달하는 추징금과 벌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퇴임과 동시에 전 재산을 청계재단을 통해 환원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선 수백억원에 달하는 추징금과 벌금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비리와 관련한 횡령·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횡령·배임 금액은 모두 270억원에 달한다. △이영배 금강대표 90억원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60억원 △다스 여직원 횡령 120억원 등이다. 각각 'MB 재산관리인', '금고지기'로 불리는 이 대표와 이 사무국장 등은 현재 구속기소된 상태다. 다스 여직원은 계속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다스 실소유주로 보고 있으며, 해당 횡령·배임 등 금액이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할 때' 적용되고,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하는 경우'에 법 적용을 받는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횡령 및 배임 혐의를 인정토록 하기 위해선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앞서 검찰은 다스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횡령·배임을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며 본인과의 관련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법조문에 따르면 횡령·배임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에 따르면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금액에 대해서 4~7년을 선고토록 권하고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액수가 모두 법원에서 인정되면 이 전 대통령은 4년 이상의 징역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을 영포빌딩 지하창고에 불법 반출 및 은닉한 혐의도 받는다. 이는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3장 14조(무단파기, 반출 등의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 손상, 은닉, 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돼 있다.
특히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출연한 재단인 청계재단이 있는 영포빌딩에서 대통령기록물이 무더기로 발견된 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 밖에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BBK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LA총영사관 등 국가기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직권남용은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이 전 대통령은 전국에 상당 규모의 차명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법조의 처벌 규칙에 따르면 실제 소유자(명의신탁자)가 차명(명의수탁자)으로 공시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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