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50년 시한부 삶' 호킹..."난 행운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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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03-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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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비밀을 풀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눈을 감았다. 그의 나이 76세.

호킹의 세 자녀 루시, 로버트, 팀은 "아버지가 오늘 세상을 떠나서 매우 슬픕니다. 그는 위대한 과학자였습니다. 그의 업적과 명예는 앞으로도 계속 살아있을 것입니다"라고 공식성명을 냈다고 14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사진은 1990년 9월 10일 주간지 '시사저널' 초청으로 내한한 영국의 이론물 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블랙홀과 아기 우주'에 대해 강연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휠체어 위에서 광대한 우주를 연구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존재의 의미를 던진 호킹 박사는 손가락 두 개로 우주의 진리를 탐구했다.

1942년에 태어난 호킹 박사는 21세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근육이 서서히 마비돼 온 몸으로 퍼지는 이 병은 정확히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으로 불린다. 환자의 80%가 5년 이내에 사망한다. 호킹 박사도 진단 당시 자신에게 2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음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그는 50년 넘게 살아남았다. 그것도 생명만 겨우 연명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풀지 못한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었다.

루게릭병 발병 전 대학교에서 조정 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활발했던 호킹 박사는 근육이 마비돼 책 한 장도 넘기기 힘든 상황에서 암산으로 수식을 푸는 등의 노력을 다해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79년부터 같은 대학 수학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특히 호킹 박사는 '블랙홀' 이론에 크게 기여했다. 블랙홀이 에너지를 흡수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방출한다는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 이론을 수립했다. 또한,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을 양자 물리학 분야와 접목하는 시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다.

호킹 박사는 1988년 첫 과학 대중서인 '시간의 역사'를 발매하는데 세계적으로 1천만 부 이상 팔렸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과학서적 중 하나로 기록되면서 대중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모니터가 달린 휠체어와 성대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아닌 컴퓨터에서 나오는 전자음은 역설적으로 대중이 귀를 귀 기울이고 호킹 박사의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호킹 박사의 이야기는 대중적이고 유머가 있었고 깊이가 있었다.
 

이런 연유로 영화나 드라마, TV프로 등 대중매체에 자주 나오는 과학자이기도 했다. 가령 지난 1990년대에는 쌍용 기업 광고에 호킹 박사가 등장한 적도 있다. 호킹의 자녀도 "그의 재능과 유머가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자극을 줬다"고 말했다.

호킹 박사를 열정적으로 만든 에너지는 무엇일까? 그의 2006년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호킹 박사는 "죽음이 일찍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이 내 인생에 언제나 함께 있었다"면서 "그래서 나에게 시간은 언제나 귀중하다"고 고백했다.
 

스티븐 호킹의 최종 목표는 우주론을 완성하는 것이었다.[사진=픽사베이]


호킹 박사는 지난 2008년 TED 강의에서 "저는 평생을 우주를 이해하고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고 있습니다. 전 매우 행운아였습니다. 제가 지니고 있는 장애가 그리 심각한 방해가 되지 않았으니깐요"라며 "도리어 (장애)그건 저에게 대부분의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지식 탐구에 할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최종 목표는 우주론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킹 박사는 생전에 자녀에게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은하계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으로 인류가 우주의 진실에 다가설수록 호킹 박사를 그리워하고 고마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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