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네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다. 인구 2억6500만여명 가운데 약 45%가 30세 미만이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과 달리 평균 연령은 28세로 젊은 편이다. 젊고 우수한 노동 인구가 많다는 점은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강점으로 꼽힌다.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는 최근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에만 3만 6000여명의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상주하고 있다"며 젊은 노동력을 앞세운 민간 교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체류 기간을 연장한다면 10년 가까이 한국에 머물 수 있습니다. 대부분 19~35세의 젊은이들로, 고국에 돌아간다고 해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여력이 충분합니다."
다만 현장 노동자가 많다는 특성상 사상 사고를 최대한 줄이는 것은 숙제다. 우마르 하디 대사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26명의 젊은 노동자가 한국 땅에서 외롭게 숨을 거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종 특성상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주한인도네시아대사관은 자국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복지부의 동의 하에 인도네시아 의료팀을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그 때문이다.
우마르 하디 대사는 지난해 7월 한국에 부임했지만 한국과의 인연은 적지 않다. 지난 1988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24회 서울올림픽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올림픽은 신흥국으로서의 한국을 알리고, 중국·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기회였다고 봅니다. 반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스포츠의 축제일 뿐만 아니라 평화의 축제로서 성공적인 올림픽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평화 증진과 남북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는 평화로운 한반도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지지합니다."
국가와 국가 간 정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민간 우호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우마르 하디 대사는 그 매개체로 '문화'를 꼽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자녀들만 콘서트에 보내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반드시 동행해야 하죠. 가족 중심의 전통을 갖고 있는 덕분에 20~30대까지는 자녀를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다시 말해 특정 세대가 아닌 가족 세대를 겨냥한 티켓 판매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인도네시아는 K-컬처 사업을 하기에 매력적인 곳입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세계 16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중산층 인구가 급격하게 늘면서 국내 소비가 급격히 증가, GDP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우마르 하디 대사가 인도네시아를 한국의 거대한 파트너로 알리고 싶어 하는 이유다.
"인도네시아어로 '탁 케날 마카 탁 사양(tak kenal maka tak sayang)'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잘 알지 못하면 사랑할 수 없다'라는 뜻이죠. 한 예로 한국 CJ그룹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50여곳의 CGV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지역 영화 산업에 투자를 시작해 '사탄의 숭배자(Pengabdi Setan)'라는 흥행 영화를 탄생시키기도 했죠. 이러한 활동이 다양해질수록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서로 알아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우마르 하디(Umar Hadi)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 2017.07~현재 주한인도네시아 대사
△ 2014.10 주로스엔젤레스 총영사
△ 2012~2014 인도네시아 외무부 서유럽 부문 국장
△ 2009~2012 주네덜란드대사관 전권공사
△ 2001~2005 인도네시아 외무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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