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필 성신대여 융합보안공학과 교수는 1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APFF 2018)'에서 '블록체인 vs 암호화폐'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같이 말했다.
홍 교수는 "해외의 예측을 보면 5년 뒤(2023년)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10%가 블록체인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블록체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단계를 넘어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실제적인 부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거래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 기관의 중앙 서버가 아니라 P2P네트워크에 분산해 참가자가 공동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뜻한다. 중앙 서버만 해킹하면 됐던 기존 방식과 달리 거래 정보가 분산돼 리스크가 줄어든다. 또 중앙 서버를 운영할 필요가 없어 비용도 절감되는 등 여러 장점이 있어 최근 관련 기술이 급속도로 연구·상용화되고 있다.
홍 교수는 향후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주도하지 못한다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지털 카메라의 대두와 함께 몰락한 코닥, 스마트폰 발전으로 최고의 위치를 잃어버린 모토로라 등의 사례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2016년부터 중국산 돼지고기 유통 등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원산지나 출하시점 등의 조작을 방지하고 유통과정에서 제품이 손상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블록체인을 적용한 투표 시스템도 발전하고 있다. 기존 투표 방식은 개표나 집계에 노동력이 필요한데다 투표함 교체 등 부정이 일어나더라도 파악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할 수 있다.
홍 교수는 "블록체인은 현재 플랫폼 기술 발전의 중심이며 향후 5~10년 안에 큰 기술 성장을 이룰 것"이라며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들도 블록체인을 사업화하려는 생각에서 이 기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홍 교수는 최근 이슈가 된 암호(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혼용되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블록체인 전반으로 번져 기술의 연구·개발이 둔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와 별개로 새로운 시각에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암호화폐처럼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나 비즈니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의 일부분으로서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진단했다. 암호화폐가 미래에는 교환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게 그의 전망이다. 암호화폐의 희소성(내재가치), 안정성(신용), 금융 생태계적 가치 측면에서 화폐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홍 교수는 암호화폐가 장점만큼 단점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보안비용·수수료 절감이나 거래 속도 활성화, 보안상 장점 등 암호화폐의 장점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높은 가격변동성이나 사이버 공격 위협 등 단점도 적지 않다. 동시에 암호화폐가 미래 교환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4세대 화폐로 활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다만 태생적 단점도 적지 않아 이를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따라서 활용도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