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치즈인더트랩’은 모든 게 완벽하지만 베일에 싸인 선배 ‘유정’(박해진 분)과 평범하지만 매력 넘치는 여대생 ‘홍설’(오연서 분)의 두근두근 아슬아슬 로맨스릴러. 지난 2010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회당 평균 약 100만 뷰 이상을 달성한 순끼 작가의 웹툰 ‘치즈인더트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번 작품에서 오연서는 완벽한 선배 유정을 불편하게 여기는 후배 홍설을 연기했다. 학기 초 개강파티에서 모든 것이 완벽한 선배 유정의 낯선 이면을 목격, 그와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홍설은 유정을 불편하게 여기지만 그럴수록 유정은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팬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가상 캐스팅’ 소식은 알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저도 인터넷을 하니까요. 하하하. 외모적으로 닮았다는 건 칭찬이겠죠? 그런 부분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연기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팬들 사이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높은 싱크로율로 칭송 받았지만, 정작 오연서는 “대학생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외모적인 부분에 대해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대학을 졸업한 지 꽤 돼서…. 하하하. 그래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0대 역할이 40대 역할보다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의 경험, 제가 느낀 감정을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당시의 감정을 떠올리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막상 영화를 보니 ‘너무 귀여운 척을 했나?’ 싶기도 하고요. 하하하. 사랑 앞에선 설이도 귀여워지고 싶고, 예뻐 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네요.”
무수한 우려와 스트레스에도 오연서가 ‘치즈인더트랩’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제 인생 마지막 캠퍼스물”이라며, 욕심을 냈다고 털어놨다.
“전부터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찰나, ‘치즈인더트랩’ 시나리오를 받았죠. 제 인생 마지막 캠퍼스물이라는 생각으로 욕심을 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저의 시점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미 웹툰은 물론 드라마 역시 큰 인기를 끌었던바. 또 한 번 ‘홍설’을 그려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오연서는 김제영 감독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만의 홍설을 만들어나갔다.
“감독님께서는 제 안의 홍설이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원작이 가진 홍설도 좋지만 제가 가진 표정, 리액션 등을 실제 저의 모습에서 따다 쓰려고 노력했어요.”
그렇다면 반대로 원작 속 홍설의 캐릭터를 살리고 싶었던 부분도 있었을까?
“극 중 인물들을 대할 때 홍설의 모습들이요. 유정을 대할 때, 인호를 대할 때의 모습도 말투도 달라지는데 그런 것들을 캐치해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이제까지 연기한 캐릭터들이 입체적이었다면 홍설의 경우는 내면을 잘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었거든요. 그런 것들을 잘 보여주고자 했고 연기적으로도 욕심이 났죠.”
홍설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레 오연서에게 이어졌다. 그는 “홍설과 실제 저는 ‘내면’적으로 조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설이는 고민들을 안으로 삭히죠. 말하려다가 망설이기도 하고요. 저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이야기하는 편인 것 같아요. 피하지 않는 편이고 답답한 건 잘 못 참아요.”
원작 만화 속 홍설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샀던 것은 현실적인 대학생의 모습, 정서, 상황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오연서 역시 “현실적 상황 속 홍설에게 공감을 했다”며, 자신도 첫째 딸이라고 말문을 뗐다.
“극 중, 비싼 구두를 보고 고민을 거듭하는 설이의 모습이 나오잖아요? 저는 그 신이 정말 좋았어요. 누구나 한 번쯤 20대 초반에 겪는 일들이라고 생각해요. 사고 싶고, 갖고 싶은데 돈은 없고 그런 경험들이 저도 있었어요. 용돈을 받아 쓰니까 생활비를 걱정하기도 하고…. 그런 현실적인 고민들이 저도 있었죠. 웹툰에서는 그런 모습이 더 세밀하게 표현되는데 영화 속에서도 그런 설이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학점, 취업, 현실, 미래 등 모든 20대의 고민을요.”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설이 유정을 바라보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까지 이어졌다. 그는 소설 속 감성으로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는 유정이 잘생겼기 때문”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설이가 유정을 의심하면서도, 붙잡잖아요? 이런 모습은 오해에서 비롯된 거라고 봐요. 유정은 설이를 보며 자기와 비슷한 사람에게 은밀한 속내를 들키는 것 같아 싫었고, 설이는 그가 갑작스레 다가오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끌리는 거죠. 우리들끼리는 농담으로 ‘유정이 잘 생겨서 설이가 넘어갔다’고 했어요. 하하하.”
영화 ‘치즈인더트랩’은 드라마와 달리 스릴러 적인 부분이 강화됐다. 오연서는 이에 대해 “감독님을 비롯해 여러분들의 선택이라 생각한다”며, 극적인 부분을 강화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천천히 시간을 쌓아갈 수 있지만, 영화는 두 시간 안에 이야기들을 압축해야 하니까요.”
극 중 스릴러 적인 부분이 강화되며 오연서는 간접적으로 여성 혐오범죄를 경험하게 됐다. 한국여성들에게 처한 위험한 상황과 공포심이었다.
“심각한 상황들이 영화에도 등장하죠. 연기할 때는 행하는 행위도, 당하는 행위도 그 자체만으로도 힘든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아픔, 슬픔을 생각해보기도 했었죠.”
오랜 기다림 끝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치즈인더트랩’. 오연서는 예비 관객들에게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캐릭터들의 매력이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해요. 우리끼리는 (영화의 장르를) ‘로맨스릴러’라고 불러요. 두 가지 장르를 동시에 즐길 수 있죠.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런 게 우리 영화의 장점 아닐까요? 요즘 또 로맨스 영화가 없으니 몽글몽글하고 말랑말랑하고 설레는 감정들을 ‘치인트’를 통해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어릴 땐 그런 로맨스 영화가 매우 많았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기도 하고, 저처럼 로맨스 장르를 기다리는 관객들도 계실 거로 생각해요. 그런 분들이라면 ‘치인트’를 재밌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