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됐음에도 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세보다 빚이 더 빠르게 증가한 결과다. 이는 가계가 빚을 갚을 여력이 더 줄었다는 의미다.
18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3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4.4%를 기록했다. 2014년 2분기부터 14개 분기 연속 상승이다.
한국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는 스위스(127.6%), 호주(120.9%), 덴마크(116.8%), 네덜란드(106), 노르웨이(102%), 캐나다(100.4%)다.
2014년 2분기 이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2.5% 포인트(p) 올랐다. 노르웨이(16.1%p)와 중국(14.0%p)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가계부채 비율 순위는 7위로, 5계단이나 올랐다.
이처럼 우리나라 가계빚이 급증한 것은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대출규제를 대폭 완화함과 동시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에 걸쳐 인하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계의 빚(사채 제외)을 뜻하는 가계신용의 연간 증가율도 매년 늘고 있다. 2013년 5.7%였지만 2014년 6.5%, 2015년 10.9%, 2016년 11.6%까지 확대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자료에서 "당시 경기와 물가의 하방 위험이 크게 높아져 경기 회복 모멘텀 살리기가 시급해 저금리 기조가 불가피했다"며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면 경기 회복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득 증가 대비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른 탓에 가계의 부담은 더 커졌다.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은 12.7%로, 2015년 2분기부터 매 분기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DSR 상승폭은 17개국 중 가장 높다. 아울러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5.5%로, 2014년 1분기 131.7%에서 매 분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상기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이자 부담도 커진다. 때문에 신규 가계대출은 일정 부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상황이 다르다. 갚아야 할 이자가 늘어나는 탓이다. 특히 저소득층과 금리가 높은 비은행 대출을 많이 받은 가계의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가계도 비상이다. 지난해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잔액 기준)은 66.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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