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제정된 금융 규제안인 ‘도드-프랭크 법’의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도드-프랭크 법의 규제 완화를 담은 개정안을 초당적 동의를 얻어 통과시켰다. 법안은 하원으로 넘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 통과 즉시 법을 발효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경제 매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금융 규제 완화를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에 승전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상원을 통과한 개정안은 중소형 은행에 적용되고 있는 형식적인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연준의 엄격한 감독을 받는 은행들의 자산 기준을 현행 500억 달러(약 53조6000억원)에서 2500억 달러로 상향했다. 자산이 100억 달러 미만인 금융기관은 자기자본 투자를 금지하는 볼커룰에서도 면제됐다. 연간 모기지 판매 실적이 400건 이하인 은행들의 경우 모기지와 관련된 인종이나 소득 자료 보고에서 제외키로 했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지역 은행 등 중소형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완화로 이들에 의존하는 농촌 및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3% 이상의 경제 성장률 달성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토머스 도너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번 개정안은 금융위기 후 규제의 시대에서 옥죄이던 미국 전역의 기업들에 숨쉴 틈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투자자들도 신속히 행동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상원 통과 소식 후 미국 중소형 은행주를 추종하는 ETF에 막대한 자금이 쏟아지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SPDR S&P 지역은행 ETF의 경우 하루 사이 6억600만 달러가 몰리면서 일일 최고 기록을 세웠다.
다만 여전히 민주당 내에서는 금융규제 완화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개정안의 상원 통과 직후 도드-프랭크 법 개정은 소비자 보호장치를 약화시키고 은행들의 무분별한 수익 추구 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FT는 전했다.
도드-프랭크 법은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에서 추진한 광범위한 금융 개혁법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당시 상원 은행위원장 크리스토퍼 도드 의원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 바니 프랭크 의원의 이름을 땄다. 은행들의 자본 확충 의무화, 파생금융상품 거래의 투명성 강화,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금융기관이 자기자본으로 투기성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한 볼커룰(Volcker Rule)은 도드-프랭크 법의 핵심 조항이다. 2010년 7월 오바마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도드-프랭크 법의 규제가 지나쳐 금융기관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개정을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서명식에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등 월가 대표 인사들도 참석해 규제 완화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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