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기술혁신으로 만드는 보랏빛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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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8-03-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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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대규 보험개발원 원장


미세먼지가 극심한 요즘, 배달업계가 활황이다. 대문 혹은 냉장고에 붙어 있던 광고전단지를 보며 전화로 주문하는 시대는 지났다. 누워서 손가락으로 시장을 보며, 배달전용 앱을 통해 평소 줄서서 먹던 맛집 음식을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물론 장을 직접 보는 즐거움이나 맛집의 정취를 느낄 수는 없겠지만 작은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큰 이로움이다.  
 
2005년 '블루오션 전략'이라는 책이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역사상 최다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이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레드오션(붉은 바다)에서 수많은 경쟁 기업들과 싸우지 말고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푸른 바다)을 만들어 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블루오션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고수익·고성장의 블루오션 시장을 추구하다 자칫 사업 근간부터 흔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퍼플오션(보랏빛 바다)' 전략이다. 포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사용해 레드오션에서 벗어나는 기업의 전략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퍼플오션 전략을 구현할까.  
 
대표적 레드오션으로 꼽히는 자동차 보험을 살펴보자. 자동차 보험은 회사별로 상품과 서비스 차이가 거의 없다. 때문에 보험에 새롭게 가입해야 하거나 갱신해야 할 시기가 오면 보험료를 비교해서 가장 저렴한 곳에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반영해서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상품(
UBI, Usage-Based Insurance)이 등장했다. 보험회사는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운전자의 운전 패턴을 파악한다. 운전자가 안전거리를 충분히 지키고, 급가속·급감속·과속 등을 하지 않으면 높은 점수를 얻어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보험회사는 안전하게 운전하는 우량 운전자들을 확보하고, 운전자는 착한 운전습관을 통해 보험료를 할인받는다. 이러한 모범 운전자들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는 좀 더 안전한 교통 환경을 누릴 수 있다.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처럼 보인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개념이 쉽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운전정보 등 개인적인 데이터가 기업에 전해진다는 것에 대해 사생활 침해라는 우려도 있었고, 운전자가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스마트폰의 앱 등을 조작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품은 아직까지 성공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기술혁신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루 평균 일정걸음 이상을 걸으면 건강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보험에서, 가입자의 위치정보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여행자 보험, 인공지능(AI)을 이용해서 보험 가입에서 보험금 지급까지 처리하는 보험회사 등이 그것이다.  
 
모든 기술혁신은 부작용을 유발한다. 도입부터 모두에게 완벽하게 좋은 기술혁신이란 없다. 하지만 부작용만 강조하면 기술혁신은 불가능하고, 우리 사회는 기술혁신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국토가 좁고 인구도 적은 개방 경제인 우리나라는 기술혁신 없이 잘 살기 어렵다.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되고 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산업이 빠르게 포화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기술혁신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사항이다. 부작용에 대한 책임만 두려워하며 기술혁신의 발목을 잡는 우를 범하지 않는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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