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광둥·홍콩·마카오 잇는 '메가경제권'...중국 우회진출 관문 '활짝'

웨강아오 대만구 뜬다

GDP 1700조..세계 10위 캐나다 육박

실리콘밸리 벤치마킹..발전계획 마련

육해공 인프라,정책기대감..집값 껑충

웨강아오 대만구 경제권[그래픽=아주경제DB]

"앞으로 굉장히 눈여겨볼 곳은 웨강아오(粤港澳,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大灣區)다. 홍콩·마카오·광둥성이 통합 경제권을 형성하는 곳으로, 홍콩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엔 엄청난 기회와 잠재력이 있다."

홍콩 금융발전국 위원으로 활동하는 아오 킹런 밸루 파트너스 그룹 CEO가 지난 15일 열린 ‘홍콩 금융·무역 플랫폼을 활용한 해외시장 진출 설명회’에서 홍콩을 활용한 중국본토 진출 방안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홍창표 코트라 홍콩무역관장도 홍콩은 중국시장 우회진출 기지라며 웨강아오 대만구를 소개했다.

중국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직접 중국에 진출하기 어려워진 한국 기업들이 홍콩을 통해 우회 진출하려는 추세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이날 행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시장 우회 진출 방안 중 하나로 웨강아오 대만구가 떠오르는 것.  더군다나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인 올해 웨강아오 대만구는 중국 중요 경제성장점으로 중국 경제에서 가장 활력과 혁신이 넘치는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GDP 10위 캐나다 규모 '메가 경제권'

웨강아오 대만구 계획은 중국 주장(珠江)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 일대의 광둥성 9개 도시인 선전(深圳)·광저우(廣州)·주하이(珠海)·둥관(東莞)·포산(佛山)·후이저우(惠州)·중산(中山)·장먼(江門)·자오칭(肇慶), 그리고 홍콩과 마카오 경제를 통합하는 세계적인 베이(Bay) 경제권을 조성하는 것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지난 2017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 공작보고에서 처음 언급했다.

중국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에 따르면 이들 11개 도시를 합친 총 면적은 5만6000㎢, 인구 수만 6600만명에 달한다. 2017년 말 기준 전체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0조 위안(약 1700조원), 달러로 환산하면 약 1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중국 전체 GDP의 8분의1 남짓이다.

경제총량으로 보면 이는 세계 10위인 캐나다 GDP(1조6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세계적인 베이 경제권으로 불리는 샌프란시스코만을 뛰어넘어 뉴욕만에 견줄 만하다.

경제 성장속도도 가장 빠르다. 웨강아오 대만구 경제 성장률은 연 7%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경제 성장률은 뉴욕만의 3.26배, 도쿄만의 3.19배, 샌프란시스코만의 3.93배에 달했다. 이 속도대로라면 5년 후 도쿄만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베이 경제권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메이(艾媒)는 ‘2017~2018 중국 웨강아오 대만구 연구보고서’를 발표해 웨강아오 대만구 지역경제 GDP가 오는 2020년 12조7000억 위안, 2022년 14억7600만 위안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각 도시는 저마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통합 경제권이 출범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예를 들면 선전·광저우는 혁신·하이테크 방면에서, 주장삼각주 도시들은 스마트·고급 제조업 방면에서, 홍콩은 금융서비스과 무역, 마카오는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관광·레저 방면에서 강점이 있다. 이로써 중국기업들은 비즈니스를 하는 데 홍콩의 우수한 금융·회계·법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고, 반대로 중국의 IT 경쟁력은 홍콩 산업의 디지털·스마트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진핑·리커창도 지원사격

올해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도 웨강아오 대만구는 핫 이슈 중 하나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 공작보고에서 웨강아오 대만구를 언급한 리커창 총리는 "웨강아오 대만구 발전 규획을 내놓아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 간 상호 협력을 전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업무보고는 웨강아오 대만구를 창장경제벨트,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성) 수도권 통합 프로젝트와 나란히 올해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올해 양회 기간 광둥성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단을 만나 웨강아오 대만구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이곳을 세계적인 경제 비즈니스 중심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웨강아오 대만구 발전 규획 제정이 거의 마무리됐다”며 조만간 관련 규획이 출범할 것을 예고했다.

그는 “웨강아오 대만구 건설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도 빠르게 추진 중”이라며 “이 밖에 인재 교류, 화물교역, 자금조달 정책 방면에서도 조율 중으로 마무리되면 잇달아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로 활동하는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웨강아오 대만구 발전 조율영도소조를 만들어 광둥·홍콩·마카오 정부가 결정된 정책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선전에 소재한 텐센트는 웨강아오 대만구 계획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기업이다. 사실 마 회장은 지난해 양회에서도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에 위치한 '실리콘밸리' 사례를 참고해 웨강아오 대만구에서 과학기술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선전을 국제과학기술 및 산업혁신 허브로 건설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정책 기대감으로 웨강아오 대만구 부동산 시장도 뜨겁다. 중국부동산업협회가 운영하는 중국집값동향 사이트(Creprice)에 따르면 광둥성 9개 도시 평균 집값은 1년 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올랐다. 자오칭이 40% 넘게 뛴 것을 비롯해 둥관·포산이 30%, 광저우·선전도 각각 28%, 29% 올랐다. 부동산개발상들도 웨강아오 대만구 지역으로 몰려가고 있다. 만구관찰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광둥성 9개 도시 토지거래액은 4086억83000만 위안에 달했다.

◆육·해·공으로 뻗는 교통인프라 

통합 경제권을 형성한 웨강아오 대만구가 진정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교통·인재·통관·물류 등 방면에서 '후롄후퉁(互聯互通)', 즉 서로 연결·소통되는 게 필수다. 

가장 중요한 건 교통 인프라 구축이다.  현재 웨강아오 대만구 지역에서는 각 도시를 잇는 교통인프라 건설이 한창이다.

홍콩-주하이(珠海)-마카오를 ‘Y자’ 형태로 연결하는 총 길이 50㎞인 세계 최장 해상교량인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건설 공사가 이미 마무리돼 개통만 남겨두고 있다.  차량으로 4시간 걸리던 홍콩~주하이~마카오 간 주행시간은 개통 후 30분으로 단축된다. 

2021년 전 구간 개통을 목표로 한 광저우~선전~홍콩을 잇는 고속철로 광저우~홍콩, 선전~홍콩 간 주행시간은 각각 48분, 15분으로 단축된다. 올 3분기 선전~홍콩 구간만 우선 개통된다. 이 밖에 2024년 개통 예정으로 총 24㎞ 길이의 선전과 중산을 잇는 선중(深中)대교가 건설 중에 있으며, 광둥과 둥관을 잇는 후먼(虎門)2교도 2019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광둥성은 선전 제2공항, 광저우 제2공항 건설 계획도 검토 중으로, 홍콩 국제공항까지 더해 웨강아오 대만구를 세계적인 공항군(群)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탄탄한 항구 인프라도 보유하고 있다. 남방주말에 따르면 웨강아오 대만구에 소재한 전체 항구 컨테이너 물동량은 2016년 기준 6500만TEU로, 도쿄만·뉴욕만·샌프란시스코만 3대 베이경제권 항구 물동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광둥성·홍콩·마카오, 서로 다른 이 세 지역을 하나로 묶는 데는 걸림돌도 적지 않다. 특히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광둥성과 홍콩·마카오 간 법률·법규나 정책 면에서 서로 차이가 존재한다. 중국이라는 같은 국가 안에서도 비자를 가지고 출입국 수속을 거쳐야지만 서로 오갈 수 있 등 인적 교류에도 제약이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올해 양회에서 웨강아오 대만구 지역에서 통합 전자신분증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왕래가 더 편해지면 이 지역이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의 정보기술(IT) 허브와 비슷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 3분기 개통 예정인 광저우~홍콩 고속철의 홍콩 종착역인 시주룽(西九龍)역 출입경관리소, 세관검사소, 검역소, 승하차 플랫폼 등 관리구역 내는 중국 본토법이 적용된다. 다시 말해서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법률적 사안은 중국 형법에 따라 본토 법원이 관할한다는 뜻이다. 이는 지역 통합과 교류엔 도움이 되지만 일각에선 홍콩 자치권을 훼손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