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감독이 영화계 동료를 상대로 저지른 성폭행 사건에 대해 당사자들이 속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내에서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20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의 주장을 조사한 결과 사건을 처음 인지한 책임교수 A씨가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려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현주 감독 성폭행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가 있었음을 밝혔다.
영진위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고소 취하를 요구하며 부적절한 언사를 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이현주 감독 측 증인으로 나와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증언도 하며 이 감독 성폭행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
아카데미 원장 B씨는 성폭행 사건과 고소 사실을 알고도 상급기관인 영진위에 안 알리고 피해자 보호조치도 안 했다. 이현주 감독의 졸업작품을 아카데미 차원에서 지원·홍보해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됐다. 이 감독은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영화 '연애담'으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행정직 직원들도 이현주 감독에게 재판에 쓰일 사실확인서를 작성해주고 나서 보고하지 않는 등 보고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결과 이 감독 성폭행 사건이 조직적으로 은폐됐다.
영진위는 “사건을 보고받지 못한 것은 물론 관련자들 역시 재판 경과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탓에 판결 선고가 난 사실도 몰랐다”며 조사결과를 감사팀에 통보하고 관련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에 징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어 영진위는 "오석근 위원장이 피해자에게 조사결과를 알리면서 직접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전했다"며 "아카데미 내부 운영체계를 점검하고 근본적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 2015년 영화아카데미 동기인 여성 A씨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준유사강간)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확정받았다. 그의 성범죄 사실은 피해여성 A씨가 최근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SNS에 폭로해 알려졌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 달 8일 입장문에서 “그 날의 일을 전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느꼈을 고통을 간과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저희 행동들은 너무도 커다란 상처를 줬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연애담'을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신 영화인들과 관객분들, 이 영화와 함께한 모든 분에게 큰 충격과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 제게 영화는 삶의 전부였고, 지금까지 그것을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더는 영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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