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자' '제2조희팔'…재범 부르는 금융사기범 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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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8-03-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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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 10% 고수익 보장"…조희팔ㆍ김성훈ㆍ이희진 등 '악마의 유혹'

  • 금융범죄 수법 진화하는데 처벌과 범죄수익 환수법은 제자리

  • '전과없고 반성한다'며 법원도 솜방망이 판결…유사수신행위 해석에도 '소극적'

[아주경제 DB]


#‘청담동 주식부자’로 이름을 알린 이희진씨. 이씨는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투자매매회사를 설립한 뒤 '만기 6개월에 연 10%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을 알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증권방송에 주식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비상장 주식을 판매하기도 했다. 그가 이런 수법으로 얻은 수익은 검찰에 파악된 규모만 약 2200억원 수준. 검찰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상 업무상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이씨에게 징역 7년과 벌금 264억, 추징금 132억원을 구형했다.

#‘제2의 조희팔’로 불리며 1조원이 넘는 투자자들의 돈을 탈취한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 김 대표는 2011년 1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자신의 사업에 투자하면 수익금으로 월 1%의 배당과 1년후 원금을 상환해주겠다고 속여 총 1조560억원을 챙겼다. 희대의 사기극으로 끝난 IDS홀딩스 사건에 연루된 피해자는 1만2178명, 피해액은 약 1조960억원 규모에 달한다. 김 대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을 확정 받고 수감 중이다.

고수익을 미끼로 서민들을 유혹하는 금융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에 대한 처벌은 지나치게 관대하다. 이씨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발표된 지난 19일 대다수 국민들은 ‘2000억 가까이 해먹고도 구형이 7년. 남는장사’ ‘한국은 금융사기범들이 살기좋은 나라’ 식의 반응을 보였다.

폰지(다단계)사기로 약 70억달러(한화 약 8조원)의 금융 사기 행각을 벌인 스탠퍼드 파이낸셜 그룹의 로버트 앨런 스탠퍼드 전 회장이 징역 110년을 선고받은 미국과 비교해 법이 국민의 법감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유사수신 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얻을 수 있는 범죄수익에 비해 처벌이 가볍기 때문이다. 유사수신행위란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나 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 신고 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에게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비트코인과 관련된 사기 등으로 유사수신 범죄 행위가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사금융피해센터에 신고된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신고는 2013년 83건에서 2016년 514건으로 3년 만에 519.28% 증가했다.

유사수신의 가해자들은 통상 특경법상 사기죄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유사수신행위법)위반으로 처벌받는다.

특경법상 사기죄에 따른 법정형은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의 이득액에 대해서는 3년 이상의 징역, 50억원 이상의 이득액에 대해서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처벌받는다.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에 따른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그러나 실제 판결은 이에 못 미친다. 대법원 양향위원회는 조직적 범죄로 1억원 이상 피해가 발생한 경우 1년6월~3년, 1억~5억원 미만인 경우 2년~5년, 5억~50억원 미만 4~7년, 50억~300억원 미만 6~9년, 300억 이상인 경우 8~13년을 기본형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피해규모에 비해 피고인에 내려진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02년 A(00사 대표)씨와 B(00사 감사)씨는 서울 청담동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가전제품 및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입해 팔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피해자들에게는 월 5~8% 배당금을 주겠다며 유혹해 약 1년10개월간 11명으로부터 약 180억원을 편취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특경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으로 A씨에게 징역 6년을, B씨에 2년 6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형량이 무겁다며 곧바로 항소했고 서울고법으로부터 각각 3년, 5년의 판결을 받았다. 피고인들이 반성하고 있고, 최근 10년간 특별한 범죄전력이 없으며 이미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돈이 상당액인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법원은 해당 판결에서 유사수신행위의 기준을 소극적으로 해석해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나 특정 직업군에 투자 권유를 한 행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유사수신행위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금융 관련 시민단체인 '약탈경제반대행동' 관계자는 “IDS홀딩스 사건의 경우 가중처벌법이 적용됐음에도 죄질에 비해 형량이 매우 낮게 나왔다”며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지만 유사수신업체가 부당행위로 획득한 자금을 환수하는 것 역시 제도적 허점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행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유사수신행위와 같은 범죄피해재산은 몰수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사수신행위 가해자가 제3자 명의로 은닉한 범죄수익을 몰수할 방법이 현실적으론 없다는 얘기다.

국회는 지난 2013년 해당 법안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원 판결없이 제3자 재산을 추징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반발에 부딪치혀 무산됐다. 이후 2014년 세월호 사태를 겪으면서 '유병언법'으로 한차례 개정돼 입법화됐다. 다중인명피해사고 발생처럼 형사적 책임이 있는 사건이라면 범죄 수익의 몰수, 추징이 가능해졌다.

다만 유병언법은 고의성이 짙은 범죄수익은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지만 업무상 과실치사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법적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이기수 경찰대 교수는 “경제범죄처럼 수익을 목표로 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경제적 기반을 박탈해 실질적인 범죄 억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민사몰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민사몰수제도는 조희팔이나 유병언 사건처럼 범죄가 명확함에도 유죄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범죄자가 도주한 경우 수익 박탈이 곤란하다는 형사몰수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효과적인 제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이와 관련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삼성SDS 주식회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건과 관련해 재벌이 취득한 부당이득을 몰수하고자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환수대상재산에 해당한다는 개연성만으로 환수를 허용한다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며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될 측면이 있다’는 반발에 부딪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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