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동남아시아 여성 2명이 예행연습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국적 피고인인 도안 티 흐엉(30, 여) 측 변호인이 증거로 제출한 이 영상은 흐엉이 김정남에게 했던 것과 같은 급습 동작이 담겨있다. 영상은 지난해 2월 2일 오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촬영됐다.
흐엉 측 변호인은 이날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영상 속 남성은 베트남 공무원”이라며 “흐엉은 그를 고용한 북한인으로부터 이 남자를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찍는 것이란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흐엉은 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출신 피고인 시티 아이샤(25, 여)와 함께 김정남의 얼굴에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VX를 건네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한 북한인 용의자는 ‘와이(Y)’란 가명으로 알려진 리지현(34)을 포함해 4명이다. 이들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한 반면 흐엉과 시티는 현지에 남아 있다가 체포됐다.
이들은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중이다.
흐엉은 “2016년 1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자신을 영입했다”면서 “그는 거짓말쟁이다. 그는 비디오를 찍는다며 나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물질이 VX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리지현도 나중에 손을 씻으라는 등의 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격 직후 손이 몸에 닿지 않도록 조심히 화장실로 달려가 손을 씻은 질문에는 “성공하면 즉각 자리를 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기름기와 냄새, 불쾌한 느낌 때문에 스스로 판단해 그렇게 행동했다”고 답했다.
한편 유엔이 대량살상무기(WMD)로 규정한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는 피부접촉을 통해서도 중독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씻어내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