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진 의결권 자문사 "그 임원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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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8-03-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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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신동빈ㆍ효성 조현준 반대

  • 3월 슈퍼주총데이 곳곳서 제동

  • 부적절 정보로 판단기준 논란

국내 의결권 자문사 현황. [그래픽=아주경제 김효곤 기자]


목소리가 커진 '의결권 자문사'가 다수 상장법인 주총에서 임원 선임안에 반대하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상장법인 주총의안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세계 1·2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 권고를 내놓기도 했다.

◆"롯데 신동빈·효성 조현준 안 돼"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4곳이 있다. 물론 외국계 자문사 가운데는 ISS와 글라스루이스가 양대 산맥이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는 3월 '슈퍼 주총 데이'를 앞두고 곳곳에서 제동을 걸어왔다.

서스틴베스트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에 대해 "횡령·배임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신동빈 회장은 K스포츠재단 관련 1심 재판에서 실형(징역 2년 6개월)을 받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신동빈 회장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곳은 소액주주 운동을 이끌었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설립에 참여했던 곳이다.

주요 의결권 자문사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사내이사로 선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현준 회장은 해외법인 자금으로 개인 부동산을 구입한 혐의로 2012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도 벽에 부딪혔다. 서스틴베스트와 좋은지배구조연구원은 서정진 회장을 '사업 기회를 유용한 지배주주'로 판단했다. 구체적인 회사로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꼽혔다. 2014∼2016년 내부거래 비중이 연 평균 96%에 육박했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67%가량 가지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나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주요 의결권 자문사에서 반대하는 인물이다.

의결권 자문사끼리 판단이 엇갈리기도 한다. 백복인 KT&G 사장이 대표적이다. ISS와 한국지배구조연구원이 찬성했지만, 대신지배구조연구원은 반대를 권고했다. 결과적으로 주총에서는 백복인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아직 갈 길이 먼 의결권 자문사

의결권 자문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잘못된 권고를 하더라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의결권 자문사가 로비 대상으로 전락해 부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의결권 자문시장 자체가 작다. ISS와 글라스루이스가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이기도 하다.

우리 자문사는 역사도 짧은 편이다. ISS는 1988년 설립돼 30년가량 활동해왔다. 그에 비해 국내 의결권 자문사는 거의 10년 미만이다.

조명현 한국지배구조연구원장은 “국내 의결권 자문시장 규모는 연간 1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4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200명 안팎이다. 이에 비해 ISS 한 곳에만 약 500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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