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 청주 국민은행의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긴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크게 앞서면서 사실상 우승이 확정적이었다. 이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한 선수. 김정은이었다. 벌써 눈물을 펑펑 흘리며 코트를 뛰고 있었다. 프로 데뷔 12년 만에 첫 우승을 눈앞에 두고 복받치는 감격을 참지 못한 울음이었다.
김정은은 올 시즌이 그 누구보다 특별했다. 2006년 신인 전체 1순위로 부천 KEB하나은행의 전신인 신세계에 입단한 뒤 지난 시즌까지 하나은행에서 뛰었던 김정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전까지 우승은 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 하위권에 맴돌았고, 최근 2~3년간 무릎 부상에 시달리며 선수 생명의 위기까지 찾아왔다. 우리은행으로 이적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 도전이었다. 심지어 챔피언결정전을 마친 뒤 무릎 수술 날짜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정은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14점 4리바운드, 2차전에서 18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고비 때마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마지막 3차전에서도 승부처에서 8점을 집중시켜 우리은행의 3연승 통합 챔피언을 이끌었다.
우리은행은 여자프로농구 역대 최초로 통산 10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고, 김정은은 생애 첫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김정은은 “남들이 촌스럽다고 하실지 몰라도 경기가 끝나기 전부터 계속 울컥한 것이 올라오더라”며 민망한 듯 웃은 뒤 “프로 입단 후 13시즌을 치르면서 너무 힘들었던 과정이 생각났다”고 감격했다.
이어 김정은은 “우리은행으로 옮기면서 ‘한물간 선수’라거나 ‘퇴물’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정말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우승에 MVP까지 차지하니 더 기쁜 것 같다. 한창 잘 나갈 때 우승했다면 이렇게 기쁘진 않았을 것”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위 감독은 지난달 24일 세상을 떠난 부친을 떠올리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신 것 같다”며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이었기 때문에 더욱 우승이 간절했던 한 해였다”고 의미를 담았다.
위 감독은 MVP 김정은보다 팀 최고참 임영희를 먼저 챙기는 세심함도 놓치지 않았다. 위 감독은 “사실 김정은이 아니었으면 오늘 임영희가 MVP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을 영입하면서 선수들이 김정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더 우승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 고마웠다”며 “김정은도 역할을 잘했지만 임영희, 박혜진이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가능했다. 또 오늘 MVP를 김정은이가 받았지만 임영희나 박혜진이 서운해 하지 않을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래서 우리 팀이 잘 되는 것”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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