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한 방에 간다, 한 방에 간다 그러더니 그 한 방이 어디 갔습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자신을 향해 제기된 의혹에 이렇게 되물은 바 있다.
11년 만에 검찰이 응답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앞에 선 지 닷새 만이다.
14일 검찰에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며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억울하다기엔 혐의가 너무 많다. 영장에 적시된 것만 18개다. 22개의 혐의가 제기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못지않다. 110억원대 뇌물수수·횡령·배임·조세포탈·직권남용·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핵심 쟁점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이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가 아니라면 삼성의 소송비 대납, 다스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 혐의 중 상당수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르면 22일 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중 영장실질심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며 불출석 의사를 표해 무산됐다. 법원은 서류심사만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전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측근들의 자백은 물론 물증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가훈이 '정직'이라는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1년에도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정권"이라는 자평을 남긴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뜻을 오해하고 있는 단어는 정직일까, 도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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