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는 패들(경매 번호판)을 들고 한 손에는 이번 경매에 출품된 작품이 소개된 책자를 쥐고.
케이옥션 측이 준비한 의자는 총 173석, 의자 위에는 500cc 음료수도 놓여있다.
경매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시작되자 어느새 의자는 전부 주인을 찾았고, 자리가 없는 참가자들은 뒤쪽에 늘어선다.

[경매를 진행하는 손이천 경매사]
경매사(손이천 양승아 진행)는 경매 참가자를 총 3가지로 분류해서 부른다.
현장에서 직접 패들을 든 '현장', 대리인을 통해 전화로 응찰한 '전화', 서면으로 응찰가를 써낸 '서면'.
같은 가격을 부르면 서면이 우선권이 있고 그다음 전화, 현장으로 이어진다.
즉 1억 원 응찰자가 서면과 현장에서 동시에 나오면 서면 참가자에게 우선권이 있다. 현장에서는 서면보다 호가를 높게 불러야 낙찰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케이옥션 3월 경매에선 야요이 쿠사마의 'Infinity Nets (Opreta)'가 10억 원으로 최고가에 낙찰됐다. 그 뒤를 이어 김환기의 '남동풍 24-Ⅷ-65'이 9억 4000만 원, 박서보의 '묘법 No.23-77'이 9억 원에 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최고로 경합을 벌였던 작품은 이숙자의 '이브의 보리밭-보리밭 환상'이었다.
보리밭은 65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형성된 경매 추정가를 훌쩍 넘어 1억 200만 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한 여인이 보리밭에 알몸으로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보리밭과 알몸의 여인이 만나 보는 이들에게 응찰 욕망을 자극한다.
천경자 화백의 수제자인 이숙자 화백은 70년대부터 보리밭을 그려왔고 90년대 보리밭에 누드여성을 그려 넣어 강렬한 에로티시즘을 완성했다.
8점이 출품된 김환기의 작품은 7점이 팔려 18억 3800만 원어치 판매를 기록했다. '남동풍 24-Ⅷ-65'가 9억 4000만 원, '매화와 달과 백자'가 5억 5000만 원, '무제'가 1억 8500만 원, '18-Ⅰ-68 Ⅳ'가 8400만 원, '산'이 3900만 원 등이다.
근대 구상화도 높은 금액으로 새 주인을 찾았다.
이중섭의 양면화 '큰 게와 아이들/ 닭과 게'가 2억 6000만 원에, 은지화 '가족과 동네 아이들'이 6800만 원에, 박수근의 드로잉 작품 '노상'은 2000만 원에 낙찰됐다.
김창열의 '일곱 개의 물방울'은 4500만 원에 시작해 서면, 현장, 전화의 경합 끝에 6600만 원에 팔렸고 '물방울 No. L1'은 시작가인 5억 원에 낙찰됐다.
근대 구상조각의 거장인 권진규의 '여인좌상'은 5400만 원에 낙찰됐고, 색채의 화가 임직순의 '여인'도 56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백남준의 작품도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
비디오 조각 작품 'TV Cello'가 1억 7500만 원에 낙찰되었고, 캔버스에 모니터로 작업한 작품 '무제'도 1800만 원의 높은 추정가를 2배 이상 넘어 3800만 원에 낙찰됐다.
한편 이번 케이옥션 3월 경매는 낙찰률 80%, 낙찰총액 109억 6230만 원 기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