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7) 전 대통령이 퇴임 5년 만에 110억원대 뇌물 및 350억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 헌정사상 네 번째로 구속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11시10분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범죄의 많은 부분이 소명됐다"며 "이 전 대통령의 지위와 범죄의 중대성,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구속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법과 절차에 따라 이 전 대통령 사건 수사와 기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의 독거실에 수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불법 자금 수수, 횡령, 조세포탈, 직권남용 등 14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우선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서 7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5일 특활비를 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해 이 전 대통령을 압박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68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에게 22억5000만원, 대보그룹 5억원, 김소남 전 의원 4억원, ABC상사 2억원, 능인선원 2억원 등 총 111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밖에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다스에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33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리는 등 총 35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다스의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는 과정 및 처남인 김재정씨가 숨지면서 상속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식으로 납부하는 과정에서 정부 기관이 돕도록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청와대 문건을 불법으로 반출해 영포빌딩 지하창고에 은닉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 가량 이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뒤 영장 범죄 의혹을 보강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대건설 2억원 뇌물수수 등 추가 수사가 필요해 아직 구속영장에 담지 않은 혐의도 밝힌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통령의 기소 시점은 구속 만기인 4월10일 경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향후 박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구치소에서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22일 페이스북에 구속 심경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 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고 휴일도 없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며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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