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입구가 소란스럽다. 다수의 임직원들과 노동조합, 취재진 등이 한 데 얽혀있다.
23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곳에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재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주주들은 그 틈을 지나 주총장으로 향했다. 1층 로비에서 꼼꼼하게 명단 확인이 이뤄졌다.
이날 주총의 최대 안건은 김 회장의 재연임 여부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다.
이밖에 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비롯한 이사 7명의 선임, 재무제표 승인, 정관 개정,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안건, 이사 보수한도 선임 등이 이날 주총 안건에 올라 있다.
문제는 김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은행법 위반 혐의에 연루돼 있다는 점이다. 또 셀프 연임, 채용 비리 등으로 금융당국과 갈등의 골이 심화된 상태다.
노조 측은 "또 한 번 연임하게 된다면 하나금융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김 회장의 3연임을 찬성한 반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반대 의견을 내놨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김 회장이 재연임에 성공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마땅한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노조는 대안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다"며 "주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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