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한국과 베트남이 모범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트남 주석궁에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호찌민 시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의 영상축전을 통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나, 유감의 뜻을 직접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꽝 주석은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양국 간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며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베트남전 과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유감'을 공식 사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식 사과라고 하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사과, 그의 후속조처로서의 배상이 따르는 의미인데, 그런 의미의 공식 사과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번 유감 표명은 지난번에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라고 표현했던 것에서 진전된 게 아니고 비슷한 수준"이라며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발언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 국빈 방문 계기에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어떤 수위에서 입장표명을 할 것인지를 놓고 깊이 고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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