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와 은행들이 큰 이변 없이 주주총회를 마치며, 본업인 금융에 집중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다. 앞으로 검찰 수사와 당국과의 갈등 해소 등을 통해 금융산업이 발전하는 길만 남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모든 금융지주 및 은행들이 2018년 정기 주주총회를 마무리했다. 오는 30일 주총이 열리는 NH농협금융지주를 끝으로 금융권의 주총은 막을 내린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곳은 하나금융그룹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당국과의 갈등과 시민단체·노동조합의 반대에도 84.6%의 찬성으로 3연임에 성공했다. 앞서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 ISS가 김 회장 연임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외국인 주주들이 ISS 의견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3연임 가능성이 강하게 점쳐졌다. 하나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73%를 웃돈다.
김 회장은 이로써 오는 2021년까지 9년간 하나금융을 이끌게 됐다. 김 회장이 경영을 지속하게 되면서 양질의 성장을 추구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처음으로 2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향후 은행 수익성은 유지하면서 비은행 부문의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김 회장은 채용 비리 관련해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
KB금융지주에선 노조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의 선임 여부가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하지만 출석 주식수 대비 찬성률이 4.23%에 그치며 이번에도 좌절됐다. ISS와 KB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반대 의견을 내며 사측의 손을 들어준 영향이 컸다.
하지만 김정태 회장과 마찬가지로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3건의 채용비리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날 윤 회장은 '채용 비리 의혹을 받은 다른 은행장들은 모두 물러났는데 의사봉을 들고 있는 것이 타당하냐'는 노조 측의 지적에 "부끄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수사결과를 지켜보면서 입장을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권 주총에서 돌발 발표도 있었다. 박인규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장직에서 물러났다. 박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과 새로운 도약, 은행의 안정을 위해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며 "그룹 회장직은 은행장이 선출된 후 상반기 중에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30억여원의 비자금 조성, 채용비리 혐의 등의 의혹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당초 DGB금융은 이달 중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아 답보 상태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지연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이 각종 비리에 연루된 만큼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안팎의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며 "서류 보완 등의 작업만 완벽히 하면 인수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금융사들은 주총을 조용히 마쳤다. 지난 22일 주총을 개최한 신한금융지주는 박병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김화남 제주여자학원 이사장, 최경록 CYS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우리은행은 배창식 예금보험공사 인재개발실장을 비상임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번에 지주회사 전환은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당국과 갈등이 지속지면서 신경쓸 것들이 많았다"며 "주주들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금융사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만큼 앞으로 금융사들이 금융 본업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